난징대학살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일본은 유네스코에 대한 재정적 지원 중단 뜻까지 내비치면서 노골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번 일본이 ’군함도‘로 불리는 한국인 강제징용시설 하시마(端島)탄광 등 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자 한국이 반발했을때 “남의 역사에 간섭말라”며 비난했을 때와 완전 다른 이중적 태도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0일 “우리나라의 우려가 유네스코 관계자에 의해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등록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며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협력 방식에 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런 스가 장관의 입장은 쉽게 말해 ’유네스코‘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끊거나 대거 줄일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사설에서 일본이 유네스코 예산의 약 1할에 해당하는 연간 37억 엔(약 359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세계기록유산 제도를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실었다.
교도통신도 10일 “중국은 새로운 ’역사 카드‘를 손에 넣었다”며 “중국은 역사인식에서 국제 여론에 동조를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일본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역사공세로 국제사회에서 “침략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나라가 전쟁가능한 국가가 되어선 안 된다” 여론이 형성되면 국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신안보법을 통과시킨 아베 정권의 ’정상국가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난징대학살은 일본 군대가 중일전쟁의 시기인 1937년 12월 당시 중국 임시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뒤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일본 극우 진영에선 학살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며 아베 내각은 중국이 주장하는 ’30만 사망‘이 사실이 아니라는 등 기록이 과장됐다는 논리로 대응해왔다. 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강제연행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사안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부분적 팩트를 물고 늘어져 ’물타기‘를 시도하는 전술이다.
일본이 그간 줄곧 중국의 역사관이나 항일전쟁 사료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한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지만 이번에 노골적으로 유네스코 후원중단까지 시사하며 반발한데는 최근 둥북아 정세와 관련된 ’헤게모니‘가 있기 때문이다.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를 주된 명분 삼아 집단 자위권을 손에 넣은 아베 신조 정권으로선 중국이 난징학살 기록의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침략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전쟁가능한 국가가 되어선 안 된다‘는 식의 공세를 펼 것을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집단자위권의 확대를 비롯해 지난 수십년간 일본을 옭아매어온 ’전범국가‘라는 오명에서 다시 벗어나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는 판단때문이다.
중국측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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