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이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을 6.9%를 발표하자, 일각에서 통계가 조작됐으며 실제 성장률은 발표치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자에서 중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은 것으로 발표된 데 대해 실물 경제학자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시에테 제네랄 CIB의 클라우스 바더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발표된 성장 실적과 중국의 제반 지표가 확실히 들어맞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좋은 실적이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과 산업 생산의 최신 지표가 계속 부진했다”며 “중국 당국의 인프라 투자 증가에도 지난달 고정 투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의문스런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바더는 소매판매와 서비스, 여신 수요 등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그것이 다른 부문의 부진을 상쇄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WSJ은 바더 등의 시장 전문가들이 중국의 3분기 성장률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는 발표된 수치보다 1∼2%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또 WSJ은 성장 실적에 대한 이같은 의혹에 대해 중국 인민은행과 재정부, 그리고 국가통계국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는 조짐도 확산하고 있다며 한 예로 국유 철강기업 시노스틸이 당국 개입으로 20억 위안(약 3천538억 원)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고 전했다. 국무원 투자 기업이 디폴트 위기를 맞은 것은 처음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WSJ은 중국의 자의적인 통계 관행에 대해 소득 불균형 정도를 반영하는 지니 계수 발표를 중단했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2012년 재개한 점, 공해로 말미암은 경제 피해 규모를 2010년까지만 공개한 점 등의 사례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HSBC의 프레데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중국은 그들이 원하는 어떤 수치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비꼬았다.
마켓워치 역시 19일 중국의 공식 지표에 대한 의구심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면서, 이번 분기 실적 때문에 그런 불신이 더욱 불거졌다고 전했다.
팬텀 컨설팅의 대니 가베이는 B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발표하는 수치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며 “리커창 총리의 지표를 토대로 추산한 성장률은 3%”라고 말했다.
앞서 가베이는 리커창 2007년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절 미국 대사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중국의 GDP 통계는 인위적이어서 믿을 수 없다면서 전력 소비량, 철도 화물량, 대출 지급액 등 세 가지 통계로 경제 성장을 가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베이는 “목표 성장률에 의심스러울 정도로 가깝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중국은 성장률을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발표하고 거의 수정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자 중개회사 AJ 벨의 러스 물드 투자 책임자도 마켓워치에 “3분기 성장이 6.9%로 발표됐지만 철도 화물과 전력 수요 등을 살펴보면 3∼4%에 그쳤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의 대표 스트래티지스트 패트릭 쇼바네크는 트위터에서 “6.9%라는 숫자는 중국 정부가 차마 7.0%라고 말하지 못함을 시사할 뿐”이라며 “중국 국가통계국은 어떻게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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