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경협 발표로 영국·중국 관계가 ‘황금시대’를 열었지만 정작 시진핑 국가주석을 영접하는 행사 곳곳서 외교 결례가 발생해 눈길을 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시 주석 바로 옆에서 연설을 듣는 청중이 졸고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고,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을 화장실 앞에서 영접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특히 의회와 만찬장을 오가며 전방위적 ‘중국 세일즈’에 나섰지만 정작 돌아온 반응으로는 기립박수 조차 없는 썰렁한 장면들만 연출됐다. 시 주석은 이날 런던 길드홀에서 열린 만찬에서 “중국 경제가 다소 하방 압력에 직면했지만 강한 모멘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며 “7% 경제성장은 충분하다”고 홍보성 멘트를 연발했다. 영국 방문중에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중국내 인권논란에 대해서는 “영국이 가장 오랜 의회제 국가지만 중국은 2000년 전부터 법치를 시행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앤드루 왕자는 따분한 표정을 짓고, 왕자비와 다른 VIP들은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국민에게 권력이 있는 민주주의 모델과 인권이 통하지 않는 중국식 모델을 비견하는 어의없는 연설에 차라리 눈을 감아버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중국 언론에선 ‘부적절 영접’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화교 교회 궈바오성(郭寶勝) 목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19일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을 공항 화장실 밖에서 영접했다고 주장했다. 궈 목사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과 외국 통신사들이 보도한 사진에는 시 주석과 해먼드 장관이 앉은 소파 뒤 양국
400억파운드(72조원)에 이르는 돈을 퍼부은 대국의 지도자가 화장실 밖 소파에서 푸대접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중국 누리꾼들도 발끈하며 400억 파운드로 VIP 좌석을 샀다는 글을 올리며 분개하고 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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