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결단이 임박했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다크호스’로 꼽혀온 바이든 부통령이 전격 불출마를 공언함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세론이 더욱 굳어지게 됐다. 출마 뜻을 밝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15%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바이든 부통령 지지층이 클린턴 전 장관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남이 뇌종양으로 숨진 지난 5월 이후 가족들이 애도기간을 보내고 있어 현실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며 “현재로선 선거 승리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후보가 아니더라도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우리 당이 어디에 서야 하고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고 힘있게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을 비판하거나 반대 편에 서려고 한다면 이는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원들은 오바마 정부의 업적을 방어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을 향해서는 “나라를 찢어놓는 분열적 정파 정치를 종식할 것을 촉구한다. 공화당은 야당이지 적이 아니다.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현 오바마 행정부의 ‘2인자’로서 상원의원을 6차례 연임했고 의정활동 경력만 36년에 달한다. 1988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바 있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 2기 출범 직후부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으며, 지난 1월에는 공개적으로 “내년 대선에서 잘해낼 것으로 생각한다. 힐러리에게 도전할 기회가 있다”며 “여름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 선언에 클린턴 전 장관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버니 샌더스 의원과 경합을 벌이고 있고 벵가지 사건 청문회도 남아있는 장애물이다. 벵가지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22일 열릴 예정이어서 공화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하원 의장으로 유력시됐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의원이 “힐러리를 겨냥한 벵가지 특위”를 언급하면서 오히려 역풍이 일고 있어 유불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벵가지 사건은 클린턴 전 장관 재직 당시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집단이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을 숨진 사건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개인 이메일로 벵가지 사건의 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13일 TV토론에서 경쟁자인 샌더스 의원으로부터 이메일 논란과 관련해 면죄부를 받은 바 있고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도 “힐러리 전 장관 이메일이 국가안보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클린턴 전 장관은 TV토론 이후
짐 웹 전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의 경선 레이스 포기 선언에 이은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로 미국 민주당에서 대선 경선에 출마하는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마틴 오맬리, 링컨 채피 등 4명으로 압축됐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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