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추락으로 IS는 선전 효과 ‘제대로’?...“‘십자군’을 모두 죽였다”
러시아 여객기의 추락 원인에 IS가 자신들이 행한 일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이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은 러시아군의 시리아 군사개입에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IS의 세력 과시 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IS 이집트 지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사고 직후 아랍어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터키어, 보스니아어 등 5개국어로 성명을 내고 러시아기 추락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시나이 지방에서 러시아 비행기를 추락시켰다"고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 여객기 추락으로 IS는 선전 효과 ‘제대로’?...“‘십자군’을 모두 죽였다” / 사진=MBN |
이 무장조직과 연계된 트위터 계정은 "여객기 격추는 러시아가 무슬림과 IS에 보인 적의와 특히 시리아 알레포에서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시작"이라며 "러시아 여객기의 '십자군'을 모두 죽였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러시아군이 지난 9월 30일부터 시리아에서 IS 격퇴를 명분 삼아 공습을 개시한 행위를 비방하는 동시에 자신의 러시아 여객기 격추 책임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발표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 달 넘게 이어진 러시아 전투기의 시리아 공습은 주로 북서부에 있는 반군 점령지에 집중됐지만, IS의 근거지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IS 이집트 지부가 러시아 여객기를 목표물 삼아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IS의 선전 효과를 높였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를 시리아 내 이슬람교도를 학살하는 '불신자'이자 '십자군'으로 규정해 러시아의 IS 공습 사태를 이슬람 대 비이슬람의 구도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가 공고해 질수록 이슬람권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고 역으로 IS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IS 이집트 지부는 러시아 여객기 추락 직후 "너희는 이슬람교도의 땅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며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의 구분을 확실히 했다.
'칼리프 전사'와 '십자군'도 IS가 자신들의 테러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중동의 한 정치분석가는 "IS는 각종 테러 배후를 자처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과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극단주의 이슬람 사상에 물들고 희망을 잃어버린 중동의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S가 종종 위협적인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허위 주장으로만 속단하긴 이르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노획하거나 여러 경로로 확보한 지대공, 지대지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러시아에 보복하기 위해 이륙 직전의 여객기에 폭발물 장착하는 방법으로 공중 폭파하는
부르킹스 도하연구소의 샤를 리스터 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IS의 여객기 격추 주장은 허위이거나 이륙 전 여객기에 폭탄 설치, 첨단 대공 미사일 사용 등 3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며 "이 중에서 첨단 미사일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가장 낮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객기 추락
온라인 이슈팀 @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