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당시 사고 지점에서 폭발이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의 원인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미사일 격추설보다는 항공기 자체에서 뭔가 터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 NBC와 CBS 방송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적외선 위성이 사고 발생 시점에 시나이반도에서 열 방사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고위 국방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 분석가들은 이를 연료탱크든 폭탄이든 항공기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로 여기고 있으며 지대공 미사일이 항공기를 격추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면 위성이 미사일의 열기 또한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항공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추측은 이제 테이블에서 치워졌다”고 말했다.
NBC가 인용한 또 다른 미국 고위 국방 관계자 역시 정찰위성이 같은 시각에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섬광 또는 폭발’을 감지했지만 미사일 격추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CBS는 미 정보당국이 현재 위성 자료를 분석 중이며 폭탄에 의한 폭발 가능성뿐만 아니라 기계적 고장으로 연료탱크나 엔진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도 사고 조사관 중 한 명이 수거된 블랙박스를 1차 점검한 결과 사고기가 외부에서 타격을 받지 않았으며 레이더망에서 사라지기 전 기장이 조난 신호를 보내지도 않았다고 보도, 역시 미사일 격추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로써 사고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 지부가 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자백’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기 운항 항공사인 코갈림아비아의 알렉산드르 스미르노프 코갈림아라비아 부사장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기술적 결함과 조종사 쪽의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면서 “유일한 설명은 외부 충격”이라고 주장, 결함에 따른 내부 폭발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각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내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기자들에게 격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테러행위와 연관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집트에서 현장 조사 중인 알렉산드르 네라드코 러시아 항공청장은 “항공기의 구조적 요소에 대한 상세한 조사와 항공기 기록 해독 및 분석 등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도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원인을 말하기에 시기상조라고 전제하면서 IS와 연계된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집트의 안보와 이미지를 해치려는 ‘선전’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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