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혈장공급 헬스기업 그리폴스가 스페인에 위치한 본사 일부를 아일랜드로 이전키로 했다.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는 아일랜드 소재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간과 합병한뒤 신설합병법인을 아일랜드에 설립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법인세율(12.5%)을 자랑하는 기업친화적인 나라다. 그런데 지난달 아일랜드가 그렇지 않아도 바닥수준인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추가로 더 확 낮춰 6.25%로 가져가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한뒤 전세계 기업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블랙홀이 되고 있다. 아일랜드가 법인세 인하에 나선 것은 장기화되는 유럽 경기침체에 직면해 IT·바이오 등 첨단업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유치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본사를 법인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일랜드 등과 같은 해외로 이전해 절세를 노리는 세금 바꿔치기(택스 인버전) 광풍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택스 인버전은 기업들이 자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로 본사를 옮기거나 신설법인을 설립, 절세에 나서는 세(稅)테크 전략을 말한다.
뉴욕타임즈는 스페인에 본사를 둔 그리폴스가 본사 재무·회계본부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으로 옮긴다고 2일 전했다. 그리폴스 본사 이전은 지난달 아일랜드 정부가 법인세를 내년 부터 현재의 절반 수준인 6.25%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직후 결정됐다. 스페인 법인세가 28%(내년 25% 인하 예정)수준인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내야하는 법인세가 4분의 1수준으로 확 쪼그라들게 된다. 본사 이전 소식이 전해진뒤 스페인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 전체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아일랜드의 공격적 ‘세금할인’으로 인해 절세를 노린 기업 엑소더스 현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의 법인세율은 20% 이상 수준이다. 스페인 로펌 고메즈-아세보&폼보의 쟈비에르 비누에사 변호사는 “유럽 기업들은 최근 경기침체와 수익감소로 상당한 수익성 개선 압박을 받고 있다며 “또 다른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이전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럽도 유럽이지만 더 큰 후폭풍은 미국에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인세율은 35%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화이자는 지난달 말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엘러간과의 3300억 달러(376조원) 규모의 초대형 합병을 발표했는데 벌써부터 역외탈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프라와 법적체계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 필요한 혜택을 다 받으며 장사를 하면서 세금은 해외에 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는 “세금 바꿔치기를 하는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들 기업들을 탈영병으로 표현하며 본사이전을 포기하도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하지만 세금 바꿔치기가 기업 수익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 법인세를 덜 내는 곳으로 본사를 옮기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을 막기에는역부족이다. 2일 미국 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영국 제약업체 샤이어와 합병을 발표한 미국 제약사 다이엑스 역시 합병배경은 화이자와 다르지 않다.
때문에 자국기업을 붙잡기 위해 영국·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속속 법인세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법인세가 20%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데도 오는 2020년까지 법인세를 18%까지 떨어뜨리기로 했다. 미국 대선후보 공화당 경선 주자인 도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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