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대형 빌딩 1층 건물 벽면에 국회의원 후보의 홍보동영상이 전자광고판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광고판 속엔 고화질 카메라가 지켜보는 사람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시선을 잡아내고 있다. 이 장비를 설치한 회사는 정치컨설팅 회사다. 유권자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선거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바로 신경과학과 정치캠페인을 접목시킨 ‘뉴로폴리틱스(Neuropolitics·신경정치학)’다.
뉴욕타임즈는 3일(현지시간)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권자들의 시선, 표정, 동공 확장 등을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해 선거캠페인 전략을 세우는 ‘뉴로폴리틱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뉴로폴리틱스는 수년전부터 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받아온 ‘뉴로마케팅(신경마케팅)’에서 출발했다. 이는 기업들이 소비자 반응을 뇌파, 표정, 시선추적, 심장박동 등 신경과학과 심리학 수단을 이용해 분석하고 판매극대화 전략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멕시코다. 엔리코 페나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때 유세에 참가한 유권자들의 표정, 뇌파, 심장박동 등을 분석해 광고를 만들었다. 니에토 대통령의 제도혁명당(PRI)은 지난 6월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호감도가 높은 후보를 선별할 때도 이 방법을 활용했다. 멕시코 히달고시에선 시의 주요 정책수립을 위한 시민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 대신 뉴로폴리틱스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일 끝난 터키 총선 운동기간에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총리와 집권정의개발당은 뉴로마케팅 회사를 고용한 후 선거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신경과학 분석을 통해 다부토글루 총리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이런 점을 보강한 선거전략이 압승에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신경과학을 찾는 이유는 최근 설문조사와 실제 선거결과가 크게 엇갈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러셀 폴드랙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뉴로폴리틱스는 겉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의도된 행동보다 뇌의 반응이 더 사실적이라는 믿음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로폴리틱스가 널리 사용되는 곳은 앞서 멕시코, 터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코스타 리카, 엘 살바도르, 러시아, 스페인 등 주로 개발도상국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체반응을 녹화하거나 분석해 특정 이익에 활용하는 데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사용이 제한적이다.
미국 정치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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