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라는 추정에 힘이 실리면서 전 세계 항공안전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IS 테러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동안 대규모 국제테러를 직접 실행하기보다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부추겨 산발적으로 국지성 테러를 일으키는 데 주력해왔던 IS의 테러 전략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여객기는 IS 또는 그 연계세력이 미리 기내에 설치한 폭탄에 의해 폭발 후 추락한 것으로 미국과 영국의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여객기 추락은 우리 소행’이라는 IS 이집트 지부의 거듭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IS의 경악할 만한 전술적 변화를 나타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IS는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 확장에 주력하면서 국외에서는 걸프 일대 석유 부국의 시아파 모스크나 튀니지의 관광지 등을 주로 테러 목표로 삼았다.
이런 식의 테러는 IS가 직접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상에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의 자발적 테러를 부추기는 식으로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 여객기 추락의 경우엔 IS의 기존 스타일 테러라기보다는 과거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대상으로 자행한 테러 방식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보안 컨설팅 기업 수판 그룹은 “시나이반도에서의 공격은 IS가 무시무시한 수준의 세계적 테러에 관심이 있고 실행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나타내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IS의 전략 수정은 전 세계 보안당국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AP는 내다봤다.
CNN은 이번 사건을 가리켜 “9·11 이후 최악의 테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동조자들을 이용해 대량 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취약한 민간의 목표물을 집중 공격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특히 러시아에 이어 미국의 여객기가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이 방송은 전망했다.
게다가 이집트 공항 내부 인사가 기내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정보가 미국 당국에 입수되면서 전 세계 공항에서는 수많은 ‘내부의 적’을 가려내야 한다는 과제도 새롭게 떠올랐다.
조직의 간부가 직접 폭발물을 설치했던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청장을 지낸 존 핼린스키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S의 소행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항공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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