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미국 하와이가 홈리스(노숙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따뜻한 기후, 멋진 경관을 찾아 하와이를 찾은 홈리스들이 아예 눌러 앉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하와이 홈리스 비율이 10만명 당 487명까지 늘어 뉴욕, 네바다 등을 제치고 미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차지했다고 8일 전했다. 하와이 주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홈리스 수가 42%나 늘었을 만큼 증가세가 가파르다.
하와이주정부에서 홈리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콜린 키픈은 “미국 본토에 있던 홈리스들이 겨울 추위를 피해 하와이에 왔다가 눌러 앉으면서 홈리스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리스 밀집지역중 전망이 빼어나 ‘힐튼’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곳에서 7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코니 호코아나는 “관광객들은 하와이 이 멋진 경관을 보기 위해 수백억달러를 지불하지만, 나는 공짜로 즐기고 있다”며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저임금 추세가 지속되고 토지공급이 달리는 것도 홈리스 급증 이유다.
하와이 주정부는 공공 수용시설 확보, 합법적인 숙영지역 지정 등의 방법으로 노숙자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추세라면 2020년까지 2만7000개의 노숙자 공공 수용시설이 필요한데 올해 주의회가 허락한 예산으로는 800개를 추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운영 중인 노숙시설을 유지하는 데도 앞으로 10년간 8억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불법 노숙캠프를 철거하는 비용도 매주 1만5000달러씩 투입되고 있다. 노숙자 수용을 위해 2006년 도입한 합법 숙영지역 정책도 헛발질만 하고 말았다. 각종 편의시설들과 동떨어진 곳에 들어선 탓에 홈리스들이 고급호텔 차고나 와이키키 해변으로 돌아가 다시 자리를 펴기 시작했다. 노숙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정부는 결국 길가에 눕거나 앉는 것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커크 콜드웰 하와이주 호놀룰루 시장은 “도시 시설은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것인데, 소수가 이를 독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