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천국 유럽이 ‘복지 무임승차자’와의 전쟁에 나섰다.
과도하게 풍족한 실업급여 혜택에 맛들여 구직에 나서지 않고 정부지원에만 의존하는 ‘복지병’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구직 노력조차 하지 않는 복지 무임승차자들을 잘라내기 위해 덴마크는 실업수당 지급 조건을 대폭 강화하고 금액도 줄이기로 했다. 영국·네덜란드 등은 ‘일하는 복지지원’으로 속속 궤도를 돌리고 있다.
더로컬·온라인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다우펭’(dagpenge) 프로그램 개혁안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 90년대 도입된 다우팽은 ‘일일 생활비’를 뜻한다. 정부가 실업자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실업급여다. 주정부에 실업자로 등록하면 최소 2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 급여액수는 실직전 3개월 임금 평균치의 75~90%에 달한다. 최소 4년 4개월을 일한뒤 실직을 신고하면 다우펭 대상자가 되고 2년간 다우펭 수급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달에 최소 일주일 이상 근로실적이 없을 경우, 다우펭이 최대 절반으로 확 줄어든다. 또 학사 이상 졸업장을 갖고도 취직하지 않고 다우펭을 받는 실직자는 학사 이상 졸업장이 없는 실직자 보다 10~20% 적은 실업급여를 받도록 했다. 정부는 법개정이 현실화되면 해마다 6700명의 실업자가 근로소득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다우펭 대상이 줄어들면 실업급여 예산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절감도 절감이지만 덴마크 정부가 실제 의도하는 것은 실업 급여가 노동의 대가보다 더 커 일하는 대신 실직생활을 선택하는 ‘복지무임 승차자’를 솎아내는 것이다. 미국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가 최근 내놓은 ‘EU국가내 노동 복지 상충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3개국중 가구당 평균소득 대비 정부 실업자 지원비가 가장 큰 나라는 덴마크다. 덴마크에서 두자녀를 거느린 편부모 가정이 실직 상태일때 연간 총 3만1709유로(4000만원)를 다우펭으로 지급받는다. 2위 영국(2만2000유로)보다 1만 유로 가까이 많다. 반면 덴마크에서 저숙련 노동자들이 받을수 있는 연간 최저임금은 3만유로(375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느니 실업상태로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인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태너박사는 “가난한 이들은 게으르지 않으며 멍청하지도 않다”며 “그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인센티브에 합리적으로 반응할 뿐이고 그들의 취업의지를 꺾고 ‘복지 무임승차자’로 만든 것은 잘못된 정부정책”이라고 꼬집고 있다.
근로의욕을 되레 꺾는 실업자 복지지원책을 수술대에 올린 곳은 덴마크 뿐 아니다. 독일은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최장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줄였다. 영국도 자격 요건을 강화해 실업급여 대상자는 축소하는 대신 일자리를 찾을 경우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을 위해 일주일에 최소 4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포르투갈은 2012년부터 18세~60세 연령대 복지혜택 수혜자에게 ‘노동 의무’를 걸었다. 혜택을 받으려면 공공분야에서 1주
반면 한국은 실업급여 축소에 나선 유럽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실업급여 금액을 실직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하고, 수급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30일 연장할 계획이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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