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축제 광군제 행사가 시작된 지 10시간만에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몰 T몰 거래액은 500억위안(8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하루 T몰 매출이 지난해 광군제때 기록한 매출액(571억위안)을 훌쩍 넘어서 87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군제가 처음 시작된 6년전과 비교해 매출액이 무려 1700배 가까이 폭증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매출이 1,000억위안을 넘어설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광군제를 통해 중국인들이 왕성한 소비욕구를 분출했다”며 광군제가 내수침체 불안감에 빠진 중국경제에 강한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올해 내수증가율이 작년보다 큰폭 감소해 고민하던 중국 정부도 반색을 했다. 리커창 총리는 10일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를 통해 내수를 진작한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먹을 것 없는 잔치”라는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받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의 상반된 흥행결과는 기획단계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싱글족의 외로움을 인터넷 쇼핑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광군제는 해가 거듭될수록 중국 전자상거래시장 성장세를 기반으로 대박을 낼수 있었다. 특히 알리바바는 연초부터 10개월 넘게 행사를 준비해 올해 4만개가 넘는 업체로부터 600여만개 품목을 할인 리스트에 올렸다.
민간기업간 경쟁은 광군제를 전국적인 그리고 전세계적인 소비축제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알리바바 프랜차이즈 행사지만 징둥, 이하오디엔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욱 키웠다. 특히 알리바바와 경쟁관계인 징둥은 자사 할인행사인 ‘6.18대전’ 못지않게 광군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도 대규모 예약판매 행사를 통해 광군제 직전 사흘간 25억위안(4조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반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10월1일~14일)는 행사 한달전에야 정부 ‘통보’로 허겁지겁 준비에 들어갔다. 일부 유통업체는 준비기간이 촉박하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가 정부에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정부가 주도한 급조행사 부작용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는 보통 1년 단위로 세일 계획을 세우고 제조사 등 납품업체와 협의해 일정을 짜는데 갑자기 행사가 시작되면서 제품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 정부는 대형 오프라인 채널 위주로 할인행사를 기획했다. 백화점과 마트를 통한 보여주기식 행사에 익숙한 탓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몰 중 하나인 쿠팡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려면 재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준비가 전혀 안돼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큰 실익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광군제는 철저하게 온라인 채널 중심이다. 특히 모바일거래 비중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3년 21%, 지난해 42%였던 광군제 모바일거래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50%를 넘길 전망이다. T몰 스마트폰앱에서 상품을 검색해 주문하면 알리바바 모바일결제시스템 알리페이로 결제하는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모바일 쇼핑은 농촌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컴퓨터가 없는 농촌 주민들도 스마트폰은 사용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농촌지역 인터넷 구매비중은 2013년 8.6%였지만 올해 1분기 9.6%로 증가했고 이번 광군제 기간에는 10%를 넘길 전망이다. 온라인 구매는 전세계 네티즌들로부터 해외주문을 이끌어내는데도 효과적이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집안 잔치’에 그친 반면, 광군제는 행사 개막 한시간만에 전세계 180여개국가에서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제조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유통업체 위주라는 것도 큰 차이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체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이용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를 80~90%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한마디로 ‘땡처리’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별도의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행사에선 정부가 유통채널을 압박하는데 급급했다. 유통업체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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