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혈사태를 보다못한 유럽이 경제적 무기를 내세워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점령지 유대인 정착촌 상품에 ‘식별 라벨’을 의무화했다. 소비자들이 분쟁지역 상품임을 깨닫고 구입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유대인 정착촌 산’임을 상품 라벨에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을 공표했다. 이전에도 영국, 벨기에와 덴마크가 이미 같은 조치를 취해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EU 28개 회원국 전체가 이를 따라야만 한다.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유혈사태를 부추기는 핵심 원인이 돼 왔다고 비판해 왔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점령지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정착촌 확대 정책을 꾸준히 밀어붙여 왔다. 덕분에 1970년대 초 1만여명에 불과하던 정착촌 거주민 숫자는 지난해 말 기준 무려 57만여명으로 팽창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정착촌에서 ‘굴러온 돌’ 정착민이 ‘박힌 돌’ 현지 거주민을 밀어내는 일이 빈발했다. 정착촌 건설 예정지에 있는 마을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거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는 경우마저 있었다. 유대인 정착민과 쫓겨난 팔레스타인 거주민 사이 깊은 골이 패일 수밖에 없었다.
조치에 대해 이스라엘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외교 당국은 EU 대사를 소환해 향후 몇 주간 외교적 대화를 일절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EU가 정치적인 의도로 이런 예외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이번 조치가 오히려 현지 평화를 잠재적으로 해치게 될 거라는 성명을 내놨다.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EU가 다른 분쟁지역에 대해선 비슷한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며 “위선적인데다 차별적이기까지 한 이중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아울러 “EU가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받는 쪽에 오히려 라벨을 붙이라고 요구하다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EU는 이번 결정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EU는 나름대로 ‘이스라엘 달래기’에 나섰다. 라스 파보르그-안데르센 EU 대사는 “라벨은 원산지 표지일 뿐 ‘경고 표식’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반발이 뻔히 보임에도 EU가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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