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프랑스 사노피가 21만개에 달하는 화학혼합물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경쟁이 치열한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두 거대 제약사가 막대한 특허 정보를 서로 나눠쓰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각자 보유한 특허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보유 특허물질의 10%를 사노피측과 공유하게 된다. 양사는 협약에 포함된 상대측 특허물질을 비용없이 사용할 수 있다.
특허 공유 효과는 막대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인수합병을 통해 같은 규모의 특허를 확보하려면 5000만달러(약 571억8500만원) , 직접 개발하려면 2억5000만달러(약 2859억2500만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로서는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갖게되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중소업체와 특허 공유를 몇차례 시행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형 제약업체끼리 특허를 나눠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독일 바이엘과 제한적인 범위에서 비용을 치르고 상대 특허물질을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이 주목을 끄는 것은 두 회사가 당뇨병, 암, 심혈관질환 약품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개발 담당자는 “특허는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하다”며 “사노피와의 경쟁은 각자 연구원들이 얼마나 뛰어난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특허를 갖고도 연구방식이 달라 두 회사가 같은 제품을 내놓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협업이 대형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해석했다.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기초연구만 마친 채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특허에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업체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