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프라이데이에 자리 문제로 곳곳서 '주먹다짐’

↑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최대 쇼핑의 날인 블랙프라이데이(매해 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바로 뒷날)에 물건을 사려고 줄을 선 구매자들끼리 자리 문제로 벌이는 주먹다짐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일어났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인 2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켄터키 주와 버지니아 주 등에서 소비자끼리 구매 순서 문제로 집단 패싸움을 하거나 일대일로 몸싸움을 벌여 이들을 진정시키느라 보안 요원과 경찰 등이 진땀을 뺐습니다.

사실상 대부분 영역에서 '선착순' 문화가 정착한 미국에서 줄을 가장 먼저 선 사람이 우대받습니다.

각 매장이 추수감사절 오후 늦게부터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시작하지만, 한정된 물건을 예상보다 훨씬 싼 가격에 선착순으로 공급하는 본행사는 블랙프라이데이 오전에 절정을 이룹니다.

일간지인 뉴욕 데일리 뉴스는 켄터키 주 플로렌스의 한 매장 앞에서 전날 오후 늦게 7명 이상이 얽히고설켜 패싸움을 벌이는 동영상을 이날 인터넷판 기사에서 소개했습니다.

같은 주 루이빌의 세인트매슈스 쇼핑몰에서는 신원 미상의 두 명의 남자가 일대일로 주먹을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싸움을 벌인 이들이 범죄 혐의로 입건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버지니아 주 스프링필드의 대형 가전제품 매장인 베스트 바이 바깥에서는 한 여성이 줄을 선 다른 사람을 때리고 소란을 피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27일 오전부터 시작되는 선착순 판매에서 물건을 사려고 전날 정오께 매장에 도착한 이 여성은 줄을 선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의 자리임을 뜻하는 빈의자만 줄에 놔두고 사라졌습니다.

그랬다가 오후 9시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 것을 보고 줄에 선 사람들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격분해 다른 소비자의 손목을 비틀고 대기하던 사람에게 의자를 집어던졌습니다.

소비자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면서도 그는 경관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개장과 함께 일찍 '찜' 해둔 물건을 향해 쇄도하는 소비자들로 순식간에 매장은 아수라장이 되지만, 이런 재미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블랙프라이데이에 줄을 선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소매협회는 올해 추수감사절에 3천 만 명의 미국민이 쇼핑에 나섰고, 블랙프라이데이에는 3배 많은 9천970만 명이 매장에 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다음달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11∼12월 연말 쇼핑 기간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오른 6천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쳤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5%를 유지하나, 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임금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각 기업이 소비 진작을 위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정가의 최대 70%를 깎아 판매할 정도로 엄청난 염가 공세를 벌였지만, 경기 회복 후 이런 정책을 점차 줄인 것도 소비 위축 심리와 관련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