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두차례에 걸친 전화통화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후 쌓인 앙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26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뉴스전문채널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내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폭기 격추에 관해 터키가 사과하기 전까지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라 보도했다.
터키의 대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터키를 겨냥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30일 개막하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간 만남이 이뤄질지 전세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파리에서 푸틴과 얼굴을 맞대고 싶다”며 “(전폭기 격추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하길 원한다”고 희망한 바 있다.
터키가 이처럼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원하는 것은 러시아가 각종 경제제재로 터키 경제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 사건후 터키에 대한 제한적 금수 조치 및 터키인 고용제한, 양국간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등을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터키로 가는 전세기 운항도 금지됐고, 러시아 여행사들은 터키 방문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팔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터키를 방문한 전세계 여행객 중 러시아인 비중은 12%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전폭기가 허가 없이 영공을 침범한 탓에 벌어졌다는 주장은 고수하면서도,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기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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