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을 좇는 글로벌 큰손들의 자금을 싹쓸이했던 헤지펀드가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뭉칫돈이 헤지펀드에서 대거 이탈하면서 미국 대형 헤지펀드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유럽 최대 헤지펀드인 블루크레스트 캐피털도 헤지펀드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헤지펀드업계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이 설립한 그린라이트캐피탈은 천문학적인 손실에 직면했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좀더 높은 수익을 좇아 헤지펀드들이 신흥국·원자재·환율에 고위험 투자에 줄줄이 베팅했지만 올들어 중국 등 신흥국 경제 둔화 쇼크·원자재 값 폭락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친게 헤지펀드 위기론의 단초를 제공했다. 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헤지펀드의 높은 수수료율까지 도마위에 오르면서 헤지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10억 달러 이상을 굴리는 대형 헤지펀드 중 문을 닫은 곳만 5곳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소재 헤지펀드 블루크레스트는 “고객 운용자금 80억달러(9조3000억원)를 모두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헤지펀드 사업을 접는다”고 1일 발표했다. 블루크레스트는 지난 2009년 연 45%에 이르는 대박 수익률을 올린뒤 돈을 굴려달려는 주문이 빗발치면서 운용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금유입이 정점을 찍었던 2012년 당시 운용자산 규모가 360억달러(42조원)까지 폭증, 유럽 최대 헤지펀드로 부상했다. 이처럼 잘나가던 블루크레스트에 이상신호가 잡힌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블루크레스트는 지난해 운용자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140억달러를 매크로펀드를 운용하는 블루크레스트 캐피털 인터내셔널에 투입했다. 매크로펀드란 특정국가 환율·금리 등 거시정책 변화 흐름을 미리 예측해서 베팅한뒤 고수익을 올리는 투자펀드다. 예상했던대로 거시경제지표가 흘러가면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큰폭의 손실이 불가피?. 블루크레스트는 유로화강세 전환·미국 연준 9월 금리인상 등에 베팅했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게됐다. 이후 블루크레스트캐피털에 수억 달러를 맡겼던 뉴저지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돈을 걷어들이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헤지펀드 사업을 접게됐다.
지난 10월 문을 닫은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고수익을 올리기위해 스위스 프랑화에 베팅하고 브라질 국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스위스가 환율페그제를 포기하면서 프랑화가 급등해 손실이 발생했고 브라질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채투자액중 1억 달러가 날라갔다. 상품시장에서도 ‘선수’를 자처하며 곡물·원유값 반등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밥상의 제왕’으로 불리는 곡물기업 카길과 ‘에너지기업 사냥꾼’ 칼라일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후 각각 계열사로 있던 일부 헤지펀드를 폐업하기도 했디.
11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아이혼 CEO의 그린라이트 캐피탈도 엇비슷한 위기를 맞고 있다. 11월에만 5.2% 손실을 봤고 올해 누적 수익률이 -21%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최악의 성적이다. 배런스는 “그린라이트 캐피탈이 선에디슨, 콘솔 에너지 등 에너지주에 주로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 주가가 올해 70~80% 폭락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가 시장수익률에도 못미치는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3분기말 현재 헤지펀드 운용 총액이 전분기 대비 1,000억달러(3.2%) 감소한 2조8억 달러로 뚝 떨어졌다. 헤지펀드 운용 금액이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이고 감소폭은 2008년 글로발 금융위기 발발이후 최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헤지펀드의 ‘2+20’ 수수료 체계(맡긴 돈의 2%를 수수료로 뗀뒤 투자이익에 대해 또 20%의 성과수수료를 붙이는 것)가 도전을 받고 있다. 피터 로렐리 이베스트먼트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대형투자자들은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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