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들고 있던 ‘추가통화완화 조치’란 카드 패가 공식적으로 노출된 데 따른 효과 희석,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양책에 대한 실망 매물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ECB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통화정책이 정반대로 가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달러화 강세와 유로화 약세라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ECB가 추가 통화완화 조치를 취했지만 유로화 가치가 오히려 급등했다. 유로당 1.05 달러선에 머무르던 유로화 가치는 ECB의 추가 경기부양조치가 전해진 뒤 큰폭으로 올라 전일대비 3.1% 상승한 유로당 1.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유로화 약세 효과로 올랐던 유럽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가 전일대비 3.28%, 독일 DAX 지수가 3.58%나 폭락했다. 미국 다우지수도 유럽 주식시장 급락에 영향을 받아 1.41% 하락한채 거래를 마쳤다. 충격은 아시아 금융시장까지 전해졌다. 4일 일본 닛케이 지수는 오후 12시 48분 기준 전일대비 2.13% 하락한 1만 9515에 거래됐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오전 11시 30분 기준 전일대비 1.19% 하락했다.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오후 1시 7분 기준 전일 대비 1% 하락해 1973.65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유로화 급등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CB가 추가적으로 더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로 한만큼 유로화 가치가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3일 ECB는 양적완화 기간을 내년 6월에서 내후년 3월까지로 연장하고 예금금리도 현행 -0.2%에서 -0.3%로 0.1%포인트 낮췄다.
로저 할람 JP모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3일 유로화 급등에도 불구하고)연준과 ECB 통화정책은 여전히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유로화 가치는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부양조치를 예고했다. 로이터는 가장 유력한 추가 조치로 현재 양적완화를 통한 월 매입 자산 규모(600억 유로)를 3월께 150~200억 유로 가량 추가로 늘리는 방안, 중앙은행에 과다현금을 쌓아놓는 은행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하는 방안 그리고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ECB가 경기부양조치를 공격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이유로 16일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비해 ‘실탄’을 아껴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를 대비해 내년 초까지 초강력 조치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데이비브 오웬은 “ECB는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주기보다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또 한차례 12월 금리인상을 재확인하는 발언을 내놨다. 옐런 의장은 3일 열린 미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 성장은 앞으로 1∼2년동안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다”며 “이는 물가가 목표치인 2%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내 믿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채권 시장 금리가 급등했다. 4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3%포인트 오른 1.78%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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