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이후 연평균 7%의 고도 성장을 이어가며 ‘켈틱 호랑이’로 불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한방에 나락으로 추락했던 아일랜드 경제가 다시 포효하고 있다.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2009년 6% 역성장을 한뒤 디폴트(채무상환 불능)상황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굴욕을 겪은뒤 5년만인 올해 7% 깜짝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올해 아일랜드 경제성장률(GDP)이 7%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10일 전했다. 연초 아일랜드 정부가 내놨던 6.2% 성장률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실제로 10일 발표된 아일랜드 3분기 성장률은 연율로 7%를 찍었다. 아일랜드 브렌댄 하우린 예산·지출장관은 “우리와 같은 경제추락을 겪었던 나라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3년 전 15%에 달했던 실업률이 올해 9%대로 떨어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때 1500억 유로 수준으로 추락했던 아일랜드 외국인직접투자(FDI)규모는 지난 2013년 2850억유로, 지난해 3115억유로까지 늘었다. 올해 FDI액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업 수익이 늘면서 올해 법인세 수입도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경제가 단기간에 경제침체 충격을 딛고 재도약할 수 있었던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IMF 구제금융이라는 치욕을 맛본뒤 절치부심한 아일랜드정부의 자발적 개혁노력이다. ‘버블붕괴’를 교훈삼아 산업구조를 과감히 바꾸면서 과거와는 다른 질적성장에 올인했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금융·부동산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애플, 구글, 페이팔, 이베이 등 세계적 IT기업들을 비롯해 제약·건강·농업 등 제조업들이 속속 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 2011년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엔다 케니 총리가 드라이브하고 있는 ‘땀흘리는 제조업으로 변신’ 노력덕분이다. 기업숫자가 늘어나면서 11월말 현재 수출은 작년동기대비 12% 늘어났다. 투자지출과 개인소비는 전분기 대비 각각 19.2% , 2.8% 증가했다. 아일랜드가 금융허브에서 제조업·IT허브로 변신하는데는 과감한 기업우대 정책도 힘을 발휘했다. 과거부터 저렴한 법인세로 유명했던 아일랜드는 내년부터 더 큰 폭으로 법인세를 인하한다. 아일랜드 법인세는 12.5%로 EU 28개국 중 가장 낮은데 아일랜드내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해 특허를 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6.25%까지 확 깎아준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인프라투자도 늘렸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10월 올해 인프라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15억 유로 더 늘린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빌딩·도로·전력 등 시설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난민수용·테러 불안감이 덜하기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여유가 있다는게 아일랜드 정부 설명이다.
대외적으로 유럽 양적완화 정책, 저유가 효과와 함께 최대교역국인 미국과 영국 경제회복도 도움이 됐다. 금융투자 전문업체 퍼스트프렌즈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짐 파워는 “강달러와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은 미국 회사들이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아일랜드로 모여들고 있다”며 “아일랜드는 다른 어떤 유로존 국가보다 약유로 효과를 제대로 본 국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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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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