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에서 고질적 병폐인 ‘바라마키’(예산뿌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이 악화돼 소비세까지 올리고 있는 마당에 정부·여당에서 포퓰리즘 정책이 성행하자 젊은 의원들까지 나서서 반발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여당인 자민당은 전날 후생노동부회의에서 저소득층 노인 한 명당 3만엔(29만원)을 지급하는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을 승인했다. 지급대상은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1130여만명이다. 여당은 또 65세 미만중 장애기초연금이나 유족기초연금 대상인 150만명에게도 3만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8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3624억엔 규모의 임시복지교부금을 포함한 3조3213억원의 보정예산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연립여당이 합의한 경감세율 품목 확대도 바라마키 논란으로 이어졌다. 자민·공명당은 2017년 4월 소비세율 10% 인상을 앞두고, 경감세율(8% 유지) 품목을 전체 식품으로 크게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세금을 깎아주는 품목이 확대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재원이 6000억엔이나 부족해진 상황이다.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지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어 무책임하다는 비난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여당은 연초 보정예산 편성때도 지자체가 소비 진작을 위해 상품권, 여행권 등을 주민들에게 배포할 수 있도록 4200억엔의 교부금을 지급, 바라마키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온갖 상품권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지만 지방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때문에 아무리 지원을 늘려도 소비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을 주는 선심성 정책에 대해 “사막에 물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 진작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붙었지만 재정악화로 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있는 와중에 보정예산으로 현금 뿌리기에 나서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젊은 의원들까지 “전형적인 바라마키”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아들로 차세대 총리감으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34·농림부회장)은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현금을 주는 것이 지금 시대에도 바람직한 수단인가”라고 비판했다. 자민당이 이같은 노인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학생 이하에 지급하는 교육세대임시특별교부금을 없애기로 하면서 노인표를 얻으려는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간사장은 “선거 전에 (저소득층 노인에 3만엔을)배포하는 것은 합법적인 매수”라며 “내년 초 정기국회에서 쟁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일본 고질병인 마라바키가 극에 달했을 때는 민주당이 54년만에 정권을 잡았던 지난 2009년부터 3년동안이다. 당시 민주당은 고교 무상교육,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지만 국가와 지자체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공약을 줄줄이 철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3년만에 자민당에 정권이 내줬다.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에 표심이 등을 돌리면서 정권을 잃은 지 3년이 넘었지만 제1야당 민주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헤매고 있다.
정부 부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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