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중동의 양대 맹주로 군림해온 이란과 사우디가 극단적인 대치국면에 들어서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 높아지고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격퇴전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종파 갈등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큰폭 상승하고 아시아 증시는 새해벽두부터 곤두박질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지난 3일(현지시각)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또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내에 본국으로 떠나라고 통보했다. 지난 2일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 님르 알님르 등 테러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47명의 형을 집행한 뒤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조치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이란이 사우디의 안보를 해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차관은 이날 “그간 사우디는 자신들의 전략적 실수와 섣부른 행동으로 중동안보를 위협해왔다”고 맹비난 했다.
앙숙관계인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 사이 갈등은 오래돼 왔지만 지난 91년 양국 지도자들의 화해를 계기로 외교관계가 회복됐는데 25년 만에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는 셈이다. 양국 갈등으로 중동내 긴장감이 팽배해지자 국제유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4일 한국시간 오후 3시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은 전자거래에서 2%이상 오른 배럴당 37.6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 원유도 이날 전자거래에서 장중 3.3% 오른 배럴당 38.5달러까지 상승했다. 사우디와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아시아 증시는 새해 첫거래일부터 급락장을 연출했다. 중동불안 변수에다 중국 경제둔화 리스크가 더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2.52포인트(6.85%) 폭락한 3296.66에 장이 종료됐다. 중국 증시는 오후 들어 7%가량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모든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 증시와 중동 불안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도
[한예경 기자 / 이지용 기자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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