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반짝 반등하는 듯 보였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6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일 대비 6% 큰폭 하락, 배럴당 34.23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34달러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4년 6월 30일(34.5달러) 이후 11년 6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이날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도 전날 대비 5.6% 급락, 배럴당 33.97달러선으로 주저앉았다. 두바이유는 8% 가까이 폭락하면서 배럴당 29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과거에는 중동발 정세불안감이 커지면 유가가 상승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이와관련해 석유전문가들은 과거와 요즘 원유시장 환경이 다르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석유공급이 부족할때 중동발 긴장관계가 고조되면 유가가 치솟는다. 그런데 지금은 원유가 공급과잉 상태인데다 사우디·이란 충돌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점이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의 부샨 바흐리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이란 충돌로 최소 1년 이상은 감산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우방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공격을 문제 삼아 이란을 비판하고 있고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을 비난하는 이라크는 이란 편에서 사우디를 성토하고 있다. OPEC의 감산 논의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프랜시스코 블랜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이란과 사우디의 긴장 격화는 오히려 산유국들의 점유율 경쟁을 심화시키고 원자재 가격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원유 생산량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저유가속에서도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란은 올해 서방 경제제재 해제를 신호탄으로 생산량을 늘릴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과거 이라크 사태 때와 달리 원유시장은 공급초과 상황인데도 이란 국제 원유시장 복귀가 엎친데 덮친 꼴이 됐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작년 12월 말 기준)가 수요 대비 초과 공급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미국 원유 재고량은 지난 11월 말 보다 263만배럴 증가한 4억8700만배럴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물량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전면전 상황이 아닌 중동지역 갈등만으로 원유시장의 수급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원유 수요는 갈수록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대 소비처인 중국 제조업의 불안으로 인한 수요 감소 전망 때문이다. 기록적인 엘니뇨로 인한 이상 고온도 에너지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유가 급락세가 제한적이며 올해 안에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미 크레인 엔캡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최근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셰일오일 개발이 배럴당 50~60달러선에도 버틸 정도로 채굴 생산성이 향상됐지만 지금 같은 유가 수준이라면 원유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원유 생산 위축세를 예상했다. 또 사우디·이란 갈등이 악화돼 실제 군사충돌로 이어질 경우, 유가는 급등세로 돌아설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6년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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