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 사회 복귀, 이란 제재 해제로 낙폭 확대 전망…반등 가능성도 '반갑잖은 저유가'
↑ 이란 국제 사회 복귀/사진=연합뉴스 |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내려앉은 국제 유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유가 하락세는 세계 경제 침체와 겹쳐 신흥국 등 수요를 줄이면서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근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저유가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축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재앙'이 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 경제성장률 높일 줄 알았는데…수출 걸림돌 된 저유가
2014년 말∼2015년 초 무렵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본격화할 때만 해도 저유가를 한국 경제에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합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선 유가가 내리면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유리합니다.
또 이로 인해 물건값이 떨어지고, 휘발유·경유 등 가격도 하락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커지는 만큼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늘려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근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작년 초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20달러대까지 급락하면서 저유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저유가가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하면서 우리나라도 수출 측면에서 악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수출의 58%가 신흥국을 상대로 하고 있는데,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 국가로의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는 중동 등지의 산유국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하게 됐고 이는 조선·건설·플랜트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력 수출 분야인 조선·건설·플랜트의 수주 감소를 초래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으로 작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9억5천7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595억6천만 달러에 비해 31.3%나 급감했습니다.
이 가운데 해외건설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 지역 수주액은 147억2천600만 달러로 무려 52%나 줄었습니다.
이는 2006년 이후 중동지역 수주 금액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시추업체들이 줄줄이 발주 및 계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해운업계는 일감이 줄어 선박을 거의 발주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조선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 끝없는 유가 추락에 올 성장률 전망도 하향조정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속속 국제유가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기존 원유와 경합하는 셰일가스 생산 기술의 발달로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생산량이 근래 늘어나는 와중에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형국입니다.
국제사회가 1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부분 해제함에 따라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하면 원유공급이 늘어나고, 산유국들의 가격 할인 경쟁이 심화돼 국제유가가 20달러대 중반까지 낙폭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원자재팀장은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에 따른 쇼크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 중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18일 오전 8시 아시아 시장이 열리면 매도가 쇄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 팀장은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전망"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 단절 등으로 중동정세가 불안해지면 반등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에 뚜렷한 개선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유가의 추가 하락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아직 큰 틀에서 보면 유가 하락은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유가 효과가 예전보다 감소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효과를 소비와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플러스가 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잖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0%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반영됐지만 특히 유가 등 하락으로 신흥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수요시장이 워낙 안 좋아진 만큼 배럴당 3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는 저유가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전문가 "저유가로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경제체질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가 구매력을 높여서 소비 늘리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가 작년만큼 크지는 않을 것 같다.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신흥국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저유가는 신흥국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한국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낮은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세계 금융·외환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습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수출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여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 비용이 줄어든 만큼 제품 경쟁력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성패는 결국 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일에 달렸다"며 "연구개발 투자 등을
한편 이 연구위원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전년대비 수출 단가 하락 폭은 점차 축소되기 때문에 수출물량을 계속 늘릴 수만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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