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이 되면) 애플이 아이폰 같은 것들을 죄다 미국에서 만들게 하겠다”
미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리버티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 등 신흥국에 빼앗겼던 공장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옮겨오겠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호언장담은 불과 몇해 전 같으면 ‘과대망상’으로 치부되고도 남을 발언이다. 하지만 미국 재계에선 이런 그의 발언이 상당히 치밀하게 계산되고 실현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에 일어나는 ‘로봇 생산혁신’에 저유가효과까지 가세해 미국과 신흥국 간 생산비용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이 본토로 유턴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가시적 흐름이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당수 중국 자본조차 생산공장을 미국에 짓겠다고 나서고 있을 정도다.
미국 테슬라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한 중국계 전기차 제조기업 패러데이퓨처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패러데이퓨처는 지난달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전기차 공장을 미 네바다 주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패러데이퓨처는 중국의 9조원대 거부 자웨팅이 창업한 회사다. 저렴한 인건비와 넓은 시장을 두고 중국계 자본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패러데이퓨처는 “미국의 풍부한 전기차 소비시장과 함께 자동화기술 등 생산경쟁력이 투자결정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비영리기관 리쇼어링이니셔티브는 미국을 떠났던 기업이 본토에 다시 공장을 짓거나 이전하는 리쇼어링과 해외 기업들의 미국 본토 투자로 지난해 총 10만개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년도인 2014년 6만개 일자리가 생겨난 것에 비해 40% 정도 늘어난 셈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미국 포드사는 멕시코에 있던 자사 F-650, F-750 트럭 생산공장을 오하이오와 미시간주로 옮기기로 했고 중장비회사 캐터필러와 전자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도 각각 1900개 일자리를 도로 미국으로 가져왔다. 리쇼어링이니셔티브는 지난해 생겨난 10만개 일자리중 최소 105개 이상이 중국 자본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과 중국 기업들의 미국내 생산기지 구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산비용 차이의 감소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9일 스위스 투자은행 UBS 보고서를 인용해 “신흥시장의 저임금 비숙련 노동을 로봇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나갔던 자본이 도로 미국으로 돌아올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신흥국 제조업은 타격받고 미국의 제조업허브로서 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제조원가를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이미 96까지 올라왔다. 즉 미국 공장의 제조원가가 100달러라면 중국 내 생산 비용은 96달러라는 의미다. 로봇을 이용한 생산혁신과 함께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저유가에 기반한 전기료 인하 등 여러 이유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결국 이런 생산비용 격차 감소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의 애플 중국 공장의 미국 이전은 결코 황당한 주장이 아닌 셈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2년 미국내 생산시설에 1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했지만 생산비용과 기술력부족 등을 이유로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지난달 BCG가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미국 제조업 분야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이런 ‘리쇼어링’ 추세가 좀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향후 생
2년 전 중국이 30% 미국이 26%로 중국이 미국을 앞섰던 것이 뒤집어진 것이다. 미국을 향후 생산기지로 선택한 응답자 대부분은 로봇 등 자동화기술과 비용감소, 상품의 질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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