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18개월간 ‘납 수돗물’을 공급한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 시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괜찮다”며 주민을 안심시키던 주 정부는 결국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연방정부는 플린트 시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해당 지역은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빈민촌인데 민주당 경선주자들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식수대란’이 대선 정국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얘기는 디트로이트로부터 수돗물을 공급 받던 플린트시가 비용절감을 위해 2014년 4월 수원지를 플린트강으로 변경하며 시작됐다. 플린트 강물이 기존 디트로이트의 수돗물보다 부식성이 강한 탓에 수도관의 납땜부위가 부식되면서 ‘납수돗물’ 흘러나온 것이다. 주민들은 계속해서 물맛이 이상하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현지 제너럴모터스 공장은 2014년 10월 설비부식이 우려된다며 수돗물 사용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주정부는 거짓변명만 늘어놨다. 주 환경당국은 2015년 2월 부식방지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거짓 보고를 올렸다. 같은해 7월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애초에 수돗물 부식방지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EPA 직원의 메모를 공개했을 때도 플린트시 시장은 되레 시민들 앞에서 수돗물을 마시며 시민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주 환경당국은 2015년 3월부터 수돗물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플린트시 시장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대패했다.
같은해 9월 ACLU는 전문가를 동원해 플린트 시 300여 가구의 수돗물을 직접 조사한 후 EPA 기준상 ‘독성’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 아동들의 피부발진, 탈모 증세가 급증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현지 소아과 의사인 한나 아티샤는 아이들의 혈중 납 수치가 2~3배나 늘어났다는 조사결과까지 발표했고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수돗물로 피해 입은 아동 수는 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정부는 지난 5일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병에 담긴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장은 여전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플린트 시를 긴급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민주당 유력 경선주자들은 지난 19일 TV 토론회에서 릭 스나이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부촌의 아이들이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고 그 물에 목욕했다면, 즉각 대책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 대다수가 흑인, 빈민인 플린트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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