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버니 샌더스 뉴 햄프셔 경선 앞두고 TV 토론 "내가 진짜 진보다"
↑ 미국 대선 뉴햄프셔 힐러리 버니샌더스/사진=연합뉴스 |
미국 대선의 대표적 풍향계로 꼽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가 '진보정체성'을 놓고 정면 격돌했습니다.
클린턴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한 샌더스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며 "진보는 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샌더스는 클린턴이 주류를 대변하는 인물이어서 월스트리트 개혁에 부적격하다고 공격했습니다.
클린턴과 샌더스는 4일(현지시간) 밤 미국 뉴햄프셔주 더햄에서 MSNBC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적격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오는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앞서 마지막으로 열린 이번 TV토론은 무당파층이 많은 뉴햄프셔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두 후보는 월스트리트 개혁과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비롯한 중동정책, 의료보험, 교육개혁, 대학학자금 정책 등을 놓고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습니다.
우선 클린턴은 샌더스가 공약한 보편적 의료보험 시스템을 "실현가능성이 없는 목표"라고 규정하고 "진보는 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클린턴은 특히 샌더스가 현재의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단일지불 의료보험을 주장하는데 대해 "처음부터 다시 개혁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우리나라를 또다시 논쟁에 빠뜨리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샌더스는 "미국이 할 수 없다는 믿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굽히지 않았습니다.
샌더스는 그러면서 클린턴이 주류를 대변하는 인물로서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기부를 받고 골드만 삭스로부터 고액의 강연료를 받아 진보적 어젠다를 추진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습니다.
샌더스는 "월스트리트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적·정치적 세력"이라며 "과거 중산층이 월스트리트를 구제해준 만큼 이제는 월스트리트가 중산층을 구제해줄 때"라고 월스트리트 개혁을 강력히 주창했습니다.
그는 특히 "골드만삭스는 우리 경제를 파괴하는 데 일조한 회사의 하나이며 수백만 명의 생활을 파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클린턴은 "미국의 사상 첫 대통령에 도전하는 여성을 주류라고 지칭하는 것이 꽤 놀랍다"고 반격했습니다.
클린턴은 "내가 이익단체로부터 로비용으로 기부를 받고 강연료를 받은 것처럼 공격을 하는데, 더 이상의 교묘한 중상모략을 중단하라"며 "내가 기부금으로 인해 견해를 바꾼 사실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반격했습니다.
클린턴은 그러면서 샌더스가 과거 총기규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점을 거론하며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래디법'의 통과를 무려 다섯 차례나 반대한 것을 특별히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총기제조업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표한 것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샌더스는 자신이 오랫동안 무소속을 활동하다 대선 출마를 위해 뒤늦게 민주당에 입당한 것과 관련해 "나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라며 "만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가적 우선순위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주요한 변화를 보고 싶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날 두 후보는 대외정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으로서의 경험이 샌더스와의 가장 큰 차이"라며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날부터 일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으로서의 경험을 가진 것은 논란이 없지만,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판단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IS 격퇴문제를 놓고는 클린턴과 샌더스 모두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는 가운데 클린턴은 '제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샌더스는 미국의 개입 자체에 반대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미국이 무기를 지원하고 보급과 특수부대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대적인 지상군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으며 언제 끝날지 모를 시리아와 이라크의 수렁 속에 빨려 들어가서는 안된다"며 "무슬림 군대가 지상군으로 투입돼야 하며 우리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두 후보는 각각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과 샌더스의 유권자명단 논란과 관련해 서로 쟁점화를 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연방수사국(FBI)의 보안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나는 100%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보안검증 과정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내가 첫 TV토론 때 밝혔던 입장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토론 직후 클린턴 후보를 승자로, 샌더스 후보를 패자로 꼽았습니다.
WP는 "클린턴 후보가 상대방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었으나 점수를 얻었다"며 "토론 초반 30분간 총기, 국정경험, 진보정체성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샌더스를 밀어붙였다"고 평가했습니다.
WP는 특히 "외교정책을 놓고 토론하면서 훨씬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백악관에 앉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효과적으로
WP는 샌더스 후보에 대해 "경제 불평등과 선거자금 개혁문제를 놓고 강력하고 효과적인 토론을 전개했다"며 "그러나 국내이슈에서 벗어나 외교정책을 언급할 때에는 고전했다"고 지적하고 "특히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문제에 대한 답변은 두서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