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5억 달러(1조83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환경친화 프로젝트 용도의 특수목적 채권)를 발행한다.
지난해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후 전세계적으로 친환경·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린본드’ 수요가 덩달아 확대되자 애플까지 그린본드 발행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개발은행·지방정부 등 공적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들까지 그린본드 발행에 대거 뛰어들면서 글로벌 그린본드 시장 규모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쉽게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애플이 총 120억달러(14조58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이중 15억달러 어치를 ‘그린본드’로 발행키로 했다. 애플이 그린본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린본드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환경 개선·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만 쓰도록 사용 목적이 제한된 채권이다. 애플측은 “조달된 자금을 친환경 사옥과 데이터센터 건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SJ는 “그린본드가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저렴하고 재무적 투자자 뿐만 아니라 친환경 투자자 등으로 투자풀을 다각화 할 수 있는데다 기업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그린본드 발행이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다자간 개발은행·지방정부·국가기관 등 중심으로 한정됐던 발행처가 점차 기업으로 확산되고 규모도 커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본드 발행이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그린본드를 발행한 사례는 총 15건 안팎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체결된 이후에만 3~4개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그린본드 발행에 나섰다. 지난 1월말 중국 푸파은행(포동발전은행)이 200억위안(3조7500억원) 규모의 첫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징진지(京津冀) 등지의 대기오염 개선, 재생에너지 관련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녹색성장정책을 천명한 상황이어서 중국 금융기관들의 ‘그린본드’ 발행이 올해 대폭 늘 전망”이라고 전했다.
같은 달 인도 대형 은행 예스뱅크도 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아일랜드 신재생에너지 기업 갤러틱홀딩스는 1000만 유로 규모 자금을 그린본드를 통해 조달했다.
한국 수출입은행도 지난 2일 3억~5억달러 규모로 그린본드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는데 당초 모집액의 2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 등에 따르면 전세계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지난해 424억달러로 전년(110억달러)대비 4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무디스는 이달초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말 파리협약 이후 금융시장에서 그린본드 투자관심도가 비약적으로 커졌다”며 “올해 최소 500억 달러 이상으로 발행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CBI와 블룸버그는 올해 그린본드 발행규모가 10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본드를 발행하려면 국제공인기관의 녹색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기존 채권보다 발행 절차가 까다롭다. 또 채권 수익률도 2∼3% 수준으로 다른 채권보다 높지 않아 지금까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다소 낮더라도 안정적인 장기 투자처로 그린본드 시장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확 늘어났다. 기업도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기업이미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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