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초강경 대북제재 법안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면 중국 정부가 북한 도발과 관련된 긴장 완화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할 것을 제안, 북한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정확한 시기를 확정할 수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제재 법안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 의회 상원과 하원을 잇따라 통과한 대북제재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즉각 발효된다. 법안이 발효되면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능력 향상, 북한 지도부 사치품 구입 등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줄이 차단된다.
북한의 불법거래에 관여한 제3국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도 제재를 수 있게돼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흑연을 비롯한 북한 광물이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광물거래에 대해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거나 북한 인권유린 행위에 가담한 개인과 단체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도록 함으로써 2005년 단행해 효과를 거뒀던 방코델타아시아(BDA)식의 제재도 가능해졌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반도에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국 미국은 물론 중국마저도 원하지 않는 핵을 추구하는 한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북한이 주장해온 한반도 평화협정 이슈를 다시 들고 나왔다.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재보다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 스스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자는 논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7일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병행 추진할 것을 공개 제안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하는 것은 비핵화라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대화를 통해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 설득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신 한·미·일의 초강력 대북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6자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별도 협상을 하고 북미간 관계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상 9.19 공동성명을 파기하고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한 마당에 중국이 다시 평화협정 이슈를 꺼낸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한미일의 대북
외교부도 이날 왕이 부장의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제안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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