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전날까지 유럽연합(EU)지도자들과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영국 런던에 막 도착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핸드폰으로 메세지 한통이 도착했다. “데이브(데이비드의 애칭), 정말 미안한데 다른 길을 가야 할 것 같네.” 캐머런 총리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에서 동문수학한 ‘절친’이자 자신이 직접 발굴해 정치에 입문시킨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보낸 메세지였다.
메시지를 보낸후 1시간뒤 존슨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생 정치동지였던 캐머런 총리와 존슨 시장이 브렉시트 전선에서 적으로 갈라선 순간이었다. 캐머런총리는 지난 2005년 당시 야당이던 보수당 ‘그림자 내각’의 예술·고등교육 담당 장관으로 존슨을 발탁했다. 이후 존슨은 지난 2008년 런던 시장에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했다. 덥수룩한 더벅머리에 자동차 대신 자전거 출근을 하는 그의 소박함은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차세대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존슨 시장은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이유로 ‘기대에 못미친 협상내용’을 꼽았다. 존슨 시장은 “(협상결과는) 근원적인 개혁이 아니다”라며 “영국 사람들을 위해 (EU에 들어가는) 자금을 줄이고 권한을 되찾기 위해 이탈지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브렉시트 지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총리로 가기 위해선 ‘캐머런의 그늘’을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국민 여론이 비등비등하게 엇갈리는 ‘브렉시트’ 야 말로 캐머런과의 차별화할 수 있는 이슈”라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디언지 등은 22일 “존슨 시장의 ‘아웃’(out·탈퇴)전선 합류는 EU와의 협상에서 각종 요구사항을 관철시킨후 ‘인’(in·잔류) 캠페인을 벌이려던 캐머런 총리의 브렉시트 셈법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젊은 세대와 중산층 지지기반이 두터운 존슨 시장이 변심함에 따라 보수당 지도층 인사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또다른 정치동지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을 포함해 6명 장관이 브렉시트 지지 대열에 합류한 터여서 캐머런 총리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금융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22일 파운드화는 전 거래일 대비 1% 하락, 한달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은행주 급락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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