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애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기본 가치가 충돌하는 것으로, 이같은 갈등 구조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22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정부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요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쿡 CEO의 이메일은 법원의 명령이 내려진 지난 18일 고객들에 보낸 공개 이메일에 이어 두 번째다.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정부의 요청과 법원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의지는 뚜렷하다.
그는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사태는 하나의 스마트폰이나 사건 수사를 넘어서는 문제”라며 “법을 준수하는 수억 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영장법’에 의거한 잠금장치 해제 요청을 포기하고 의회 일각에서 제안한 대로 첩보·IT기술·시민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광범위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애플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고객들을 위한 ‘질의응답’(Q&A) 코너를 신설해 고객들에게 정부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요구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쿡 CEO의 이메일은 전날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법률전문 웹사이트 ‘로페어’에 보낸 기고문에서 “정부가 요청한 것은 ‘마스터키’가 아니라 수사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문인 셈이다.
코미 국장은 기고문에서 “수색영장을 바탕으로 (테러범의) 휴대전화를 손상하지 않고 사용자 암호를 추측할 기회를 얻으려 한다”며 “모든 사람의 암호화를 해제하거나 마스터키를 풀어놓기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테러범의) 전화기가 더 많은 테러범을 색출할 단서를 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지만, (테러범의 스마트폰이 제공할) 단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생존자들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2일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테러 사건에서 비롯됐다. FBI가 테러범 사예드 파룩(28)이 사용하던 ‘아이폰 5c’의 보안기능을 해제해 달라고 애플 측에 요청했으나, 애플은 이 요구를 거부했다.
애플은 ‘아이폰’의 암호화 기능을 강화하면서 틀린 암호를 10번 이상 입력하면 저장된 정보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도입했다.
FBI는 법원
이번 FBI와 애플 간 갈등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애플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대선 쟁점으로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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