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국제무대로 복귀한 이란이 26일 또 한번 중대 갈림길에 선다.
4년 만에 290여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에 돌입한 것이다. 여성 586명을 포함해 6200여명이 의원 직에 도전한다.
당초 1만2000여명이 후보자로 등록했으나 헌법수호위원회가 자격심사를 통해 절반 정도를 탈락시켰다. 이란에서 선거에 입후보를 위해선 이슬람 율법학자들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탈락자 대부분은 개혁파 성향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이란의 미래에 커다란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재 해제 후 첫 전국 선거인데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노선에 대한 중간평가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로하니 대통령의 중임 가능 여부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하니 대통령은 3년전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중도·개혁세력의 단일후보로 당선된 뒤 서방과의 핵 협상을 풀면서 경제개방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개혁세력이 승리할 경우 적극적인 외교 등을 바탕으로 이란의 개혁·개방 정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이란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중도·개혁 세력의 집권으로 미·이란 간 관계 개선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도·개혁 세력은 의회 장악에 적극적이다.
모하메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튜브로 “이번 총선은 로하니 대통령 선출에 이어 미래를 향한 두번째 걸음”이라며 동영상 메세지를 젊은이들을 향해 띄웠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보수성향 의회의 박해로 이란내 어떤 언론에도 실리지 못하는 신세지만 개혁파는 지지자들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저항 및 피로감으로 인해 보수파들의 ‘맞불’도 만만치 않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서방세력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메네이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1953년 모함마드 모사데크 당시 총리를 축출한 이란 군사쿠데타에 미국과 영국이 개입하면서 발생했던 뿌리 깊은 서구 혐오증을 다시 살려서 선거판에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보수 강경파는 여전히 로하니 대통령의 중도·개혁파가 주도한 개방 정책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8년 임기의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원선거가
[문수인 기자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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