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흥국 가운데 가장 유망한 곳으로 꼽혀온 인도가 루피화 약세로 신음하고 있다. 루피화 약세로 자금이탈이 이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채부담도 가중돼 연초 중국 경제의 재판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루피화 약세로 인도 기업들의 달러화 표시 부채 부담이 커지고, 수입 비용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달러화당 루피화 가치는 지난달 26일 기준 66.779루피로 역대 최저인 68.80루피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 루피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4% 가량 하락, 신흥시장 통화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33%), 남아프리카 란드화(-25%) 등 다른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을 때에도 루피화는 주식, 채권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며 4.8% 절하되는 데 그쳤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7.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6.9%)을 앞지르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CNN머니는 올해 최우량 신흥국으로 인도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인도 주식과 채권을 106억달러 순매수했던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서만 30억달러를 순매도하며 루피화 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 간의 경기 부진 이후 최근 회복세를 보여온 인도 기업들은 이번엔 통화 약세로 인한 빚 부담 증가에 직면하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의 집계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의 해외 부채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810억달러에 달해 10년 전과 비교해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인도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는 65억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달러당 루피화 가치가 1% 떨어질 때 인도의 부채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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