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라질 경제가 25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은 3일(현지시간) 지난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브라질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지난 1990년 -4.3% 성장률을 보인 이래 최악의 하락폭이다. 지난해 4분기 GDP도 직전 분기에 비해 1.4% 떨어지면서 브라질은 지난 7개 분기중 무려 6번에 걸쳐 GDP 하락을 겪게 됐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복잡한 정치·경제적 상황때문에 올해도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중앙은행이 실시한 주간 설문조사에 답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브라질 GDP가 -3.45%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금융협회(IFF)는 각각 올해 브라질 경제가 -3.5%, -4.0% 성장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는 브라질을 둘러싼 온갖 정치·경제적 문제가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원자재시장 호황과 더불어 평균 3.9% 성장을 누렸던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유탄을 맞았다. 게다가 브라질 국영에너지업체 페트로브라스가 비리 스캔들로 휘청거리면서 여파가 정치권 전반으로 퍼졌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리더십을 잃고 탄핵 위기에까지 몰린 처지다.
재정적자에 짓눌린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공공분야 채무를 갚는데만 GDP의 10.34%에 이르는 금액을 썼다. GDP 11.6%를 차지할 만큼 막대한 연금 지출도 재정난에 한몫 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쳐야 할 호세프 정부는 스캔들로 신망을 잃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처지다. 당장 이날 최악의 경제 성과가 발표됐음에도 브라질 증시는 5% 이상 급등했는데, 호세프 대통령이
마일손 다 노브레가 브라질 전 재정장관은 “브라질 재정은 연금지출을 늘리도록 헌법이 바뀐 1988년 이래로 자살이나 마찬가지 행보를 이어 왔다”며 “문제를 고칠 만한 구조적 개혁기회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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