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영국 최대 국영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AI를 활용한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을 확대하면서 관련 투자상담 업무를 담당해온 550여명의 인력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BS는 인력 감축계획에 따라 앞으로 직원이 직접 자문하는 서비스는 25만 파운드(4억3000만원) 이상 투자한 VIP급 고객에 한정하고 나머지 상담업무는 모두 AI 로보 어드바이저에게 맡길 예정이다. RBS의 로보어드바이저에 적용된 AI는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딥러닝’ 기능을 갖추고 있다. RBS의 AI 루보(Luvo)는 당초 은행직원들이 카드를 분실하거나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고객들에게 좀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안내 서비스에 불과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RBS가 AI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딥러닝 기능을 부가하면서 AI 루보 기능이 일취월장했다. 루보가 고객 질문을 인지한뒤 사전에 입력해 놓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류·처리, 질문에 걸맞는 답변을 제공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이를 통해 고객 금융·자산정보까지 분석한 후 투자성향이 공격적인지 보수적인지 판단해 최적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질문이 복잡해 답변을 찾지 못하면 전문 직원에게 일을 넘기고 그 결과를 학습한 후 다음번엔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알파고로 치면 13일 이세돌 9단에게 패했던 ‘78수’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후 다음번엔 승리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는 것과 같다. 루보는 현재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과 비슷한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아이폰 음성인식 AI시스템인 ‘시리’처럼 음성인식이 가능한 기능도 장착할 예정이다.
이처럼 택배기사에서부터, 투자자문, 인사업무까지 ‘사각지대’를 점점 좁혀가는 AI 일자리 침공에 일자리 파괴 공포감이 증폭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당장 RBS의 AI도입 이유중 가장 큰것이 결국 ‘비용절감’이고 대다수 은행들이 이를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FT는 “RBS는 8년 연속 연매출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은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데 RBS뿐 아니라 대다수 유럽 은행들이 최근 매출부진과 수익감소로 고전 중”이라며 “AI확산과 대량 해고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올 초 열린 연차총회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인해 연간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대신 700만개가 사라져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로 아직까지 다수 전문가들은 AI의 인간일자리 침투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낙관한다. 리처드 서튼 캐나다 앨버타 대학 컴퓨터공학 교수는 “AI가 인간 수준으로 기능할 확률이 2040년까지 50%라고 본다”며 “아무리 빨라도 2030년은 되야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AI 덕분에 생겨날 미래의 새로운 일자리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AI가 대체가능한 일자리는 속속 눈앞에서 매일 늘어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AI사회에서 인간 일자리 대체가 결국 사회 양극화까지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AI 전문가 제리 카플란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부자들은 로봇을 소유해 부를 늘리는 반면 빈곤층은 삶은 더욱 피폐해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도입은 RBS뿐만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 대표 회사 마스터카드도 지난 10일 레인버드라는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자사 카드상품 판매 업무에 딥러닝 기능을 갖춘 AI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레인버드 AI의 특징은 상품정보와 고객 특성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가상의 판매’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AI가 실제 고객과 직원처럼 상품상담과 판매를 실시한 뒤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 마케팅전략을 세운다는 얘기다. 이와관련해 미국 CNBC는 “작게는 카드판매 상담사부터 판매전략가들의 고유영역인 고도의 업무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AI의 일자리 침투는 데이터로 정형화 하기 힘든 채용분야 까지 이미 침투하고 있다. 오사카(大阪)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미라이 셀프’는 15일 도쿄(東京)도 시부야(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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