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초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엔화값이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08엔선까지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치솟는 엔화값을 잡기위해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QE)규모 확대와 마이너스금리 추가인하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엔고로 기업실적 악화 우려감이 커지면서 도쿄주식시장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등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장중 108.72엔까지 치솟아 1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또 다시 깼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심리적 지지선 110엔이 무너진 이후 엔화가치 추가 상승을 내다본 글로벌 유동성이 엔화 매수가 확 몰리면서 강세 기조가 확대재생산되는 분위기다. 전일 공개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내용이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점도 달러 매도·엔 매수를 부추겼다. 오는 5월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엔화강세에 일조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해외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투기성 엔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초강세에 부담을 느낀 재무성 간부가 “환율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필요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엔매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다수 환율전문가들은 엔화값 추가 강세를 전망하고 있다. 스즈키 겐고 미즈호은행 FX전략가는 “105엔 부근까지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외환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말 엔화값이 100~106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엔화 족집게로 불리는 사사키 도루 JP모건체이스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엔고를 저지하려는 일본 당국 시도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엔화값이 연말까지 103엔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엔화값 강세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엔화값 상승 속도가 가파라지자 일본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이를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주식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고, 소비·투자 등 전반적인 경기심리가 얼어붙을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엔화강세에 따른 환차손으로 상장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증폭되면서 도쿄 증시는 전날까지 7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7일 연속 하락은 2012년 아베 2차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7일 0.22% 소폭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살얼음 위를 걷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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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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