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재앙론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 촉진과 인플레이션 유발을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갈수록 역풍만 거세지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10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쇼이블레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ECB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경기회복 효과는 없는 반면 독일 장·노년층 노후연금만 심각하게 갉아먹으면서 민심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며 “드라기 총재 통화정책이 독일 극우정당이 활개치는데 50% 이상은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이날 주주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가 오히려 소비·경기 회복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은퇴 준비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때문에 기대하는만큼 금융수입을 얻지 못할것이기 때문에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마이너스금리가 경기를 살리기는 커녕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마이너스금리가 초래할 후폭풍을 우려했다. IMF는 “일본은행(BOJ) 등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때문에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는 국면에 진입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마이너스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든만큼 가계가 은행 대출을 더 많이 받아 소비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대출 증대로 이어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됐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월 29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 엔화 추가 약세를 유도했지만 오히려 달러 대비 엔화값이 치솟으면서 당혹감에 빠진 상태다. 괜히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키운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BOJ가 더 이상 꺼내들 카드가 있겠느냐는 의구심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리차드 쿠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금융경제포럼에 참석,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앙은행) 지성의 파산’이라고 질타했다. 돈의 ‘가치 저장기능’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한편 금융업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전수석이코노미스트도 “마이너스금리가 은행업에 매우 복잡한 혼란과 이해상충을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은행권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너스 금리가 세금과 같은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은행들이 올해 끔찍한 해를 맞았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에 맡긴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받는게 아니라 보관료를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적집계기관 팩트셋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금융사의 올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 수익이 고꾸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 주가도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 은행으로 구성된 KBW나스닥은행지수는 올해 15% 빠졌다.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가가 올들어 각각 25%, 23% 급락한 상태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 권역에 놓여 있는 유로존과 일본 은행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는 올 들어 25%, 일본토픽스은행업지수는 34% 폭락했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 신용공급을 되레 위축시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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