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회의 참석을 위해 뉴욕에 도착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미국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리 외무상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 “케리 장관과 리 외무상이 만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며 “양국의 대화와 만남을 위해서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방미는 파리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유엔을 찾은 것이지만 미국의 고강도 대북제재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 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 케리 장관과의 만남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커비 대변인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도발을 중단하려는 북한의 믿을 만한 행동”이라며 “대화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리 외무상이 북·미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는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지난 해에도 미국에서 이란과 양자접촉을 한 바 있고 이란을 통해 미국에 북한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준비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사이트인 38노스는 최근 위성사진을 근거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차량과 장비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인민군 창건기념일인 4월25일 전후
커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북한의 추가 도발은 국제사회의 더 혹독한 대북제재를 초래할 뿐”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 정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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