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깝게 앙숙 관계였던 아일랜드 두 정당이 새 정부 출범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아이리시타임스에 따르면 원내 1당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과 2당인 공화당(Fianna Fail)은 전날 마라톤 협상 끝에 성명을 내고 “통일아일랜드당 주도 정부를 출범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아일랜드당 대표 엔다 케니가 이번주 하원에서 치러질 총리 신임투표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6일 치러진 총선 이후 2개월여간 이어진 논란끝에 마침내 새정부가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총선전까지 연립정부를 구성해온 중도우파 통일아일랜드당과 노동당은 민심 이반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바 있다. 통일아일랜드당과 노동당은 전체 158석인 하원 의석중 각각 50석과 7석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과거 여당이었던 공화당이 44석을 얻어 제2당 자리에 올랐다. 총선후 새롭게 탄생한 하원은 케니 대표를 새 정부를 이끌 총리로 세우는 안을 세 차례나 부결시킨 바 있다. 단독정부 출범이 불가능해지자 그동안 통일아일랜드당·공화당 대연정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양당은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한 1921년 이래 줄곧 정권을 주고받아 온 관계다. 중도우파 성향으로 정책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1922~192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여부를 놓고 내전이 발생했을때 상반된 입장을 취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정권을 공유한 적이 없는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이처럼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였던 이들 두당이 새정부 출범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양측의 이해가 부합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특정 정책에 대한 기득권을 보장받는 대신 통일아일랜드당 주도의 소수정부 출범에 동의해 준 것이다. 합의는 3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아이리시타임스는 “예산안을 짤때 공화당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양측이 합의한게 협상 타결 돌파구가 됐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주요 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하면, 소수 여당인 통일아일랜드당이 무소속의원 등의 표를 확보해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될 전망이다. 양당이 새정부 출범에 합의한뒤 제3당 신페인당(Sinn Fein)의 게리 애덤스 대표는 “이번 합의로 공화당은 야당의 주도적 지위를 잃었다”며 “신페인당이 야권 세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유혈 투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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