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화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을 넣어 상징성을 높이곤 한다.
올들어 각 나라 화폐에 여성 인물들의 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0∼1913)을 20달러 지폐에 넣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은 현재 20달러 모델인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을 뒷면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어 미국 재무부는 5달러와 10달러 지폐의 뒷면에도 여성 인물을 대거 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새로 발행될 5파운드 지폐에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겸 시인 낸 셰퍼드(1893∼1981)를 선정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파운드화를 쓰지만, RBS와 스코틀랜드은행, 클라이즈데일은행은 자체 지폐를 발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RBS는 지난 2월 투표를 통해 내년에 발행될 10 파운드 지폐의 모델로 여성 과학자 메리 서머빌(1780∼1872)을 선택했다.
이들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제외하고 RBS 지폐에 등장하는 첫 여성이다.
이와 함께 영국은행도 2017년부터 10 파운드 지폐 인물을 찰스 다윈에서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캐나다도 2018년 발행될 신권에 처음으로 여성 인물을 넣기로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물 선정을 위한 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여성 항공기 디자이너인 엘시 맥길, 첫 여성의원 애그니스 맥파일, 원주민 출신 여성 운동가 섀넌 쿠스타친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처음 발행된 5만 원 권에 첫 여성 인물인 신사임당의 초상을 넣었다. 당시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이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선덕여왕, 유관순, 신사임당이 경합을 벌이다 신사임당으로 확정됐다. 율곡 이이를 키운 어머니로서 세계 최초로 모자지간이 지폐의 인물이 됐다.
일본은 2004년부터 여성 작가 히구치 이치요(1872∼1896)의 초상을 5000엔 지폐에 넣었다. 히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여성이 지폐 모델로 등장한다는 것은 그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가 강력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민지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