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로 ‘굳히기’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내 반(反)트럼프 진영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지지를 둘러싼 공화당 내 분열양상이 심화하면서 공화당 일부 ‘텃밭’이 민주당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중도진영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자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공약 ‘말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향해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것에 합당한 행동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라이언을 전당대회 의장직에서 축출하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당원들이 인정한 트럼프를 하원의장이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라이언에 대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 대선 때 밋 롬니 전 주지사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그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경선을 중도 포기한 젭 부시 전 주지사와 린지 그레이엄 의원에 대해서는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서약을 해놓고 이제 와서 저버렸다”며 비판했다.
트럼프 발언이 거칠어지면서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파와 반트럼프 진영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공화당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을 예정이며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아들 부시’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직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는 트럼프 지지를 공식화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늘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으며 올해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1996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도 “민주당에 맞서 공화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트럼프는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며 11월에 백악관을 되찾아 줄 적임자”라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히스패닉을 비판한 트럼프의 부상과 공화당 내홍 심화로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으로 표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뉴멕시코는 한때 공화당의 아성이었으나 히스패닉 인구가 절반을 넘어서면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로 돌아섰다. 애리조나 역시 공화당 텃밭으로 통했지만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 발언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인 조지아주 역시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지지율이 각각 42대 41로 근접했다. 위스콘신 미시건 오하이오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인 중서부 공업지대는 보호무역을 앞세운 트럼프가 유리한 것으로 전망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2%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을 앞세워 이들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어서 향후 판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트럼프는 중도 진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민주당 공약을 수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당초 모든 계층에 대한 세율인하를 약속했으나 최근 에는 “솔직히 부자들의 세금은 올려야 한다”면서 “내 제안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타협도 필요하다
또 그간의 경선과정에서 “이미 최저임금이 충분히 높다”며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반대해왔지만 8일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당 7.25달러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올랐으면 좋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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