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 자리한 오사카동부 중앙도매시장은 오전 5시에 시작하던 경매시작 시간을 지난달부터 1시간 늦은 오전 6시로 조정했다. 하루 500t에 달하는 농산물이 거래되는 큰 시장이지만, 경매물량이 갈수록 줄어 굳이 이른 시간부터 경매를 진행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황금연휴기간인 ‘골든위크’가 끝난 뒤 처음 열린 9일 경매도 시작 10분만인 오전 6시10분에 종료됐다. 보통 연휴 뒤에는 농산물 거래물량이 평소보다 20% 가까이 늘어나지만, 경매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찍 끝난 셈이다. 오사카동부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인 동과오사카의 마에나가 신고 집행역원(본부장급)은 “산지농가·중도매인과의 협상을 거쳐 가격을 결정하는 ‘상대매매’가 주된 거래방식이다보니 경매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전체 농산물 가운데 20% 정도가 경매로 거래되는데, 그나마 경매로 거래되는 농산물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도매시장법인 동과오사카의 직원들의 일과도 달라졌다. 경매시간이 늦춰지면서 출근시간도 늦어진 대신, 오후에는 산지농가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상대매매 관련 업무시간이 늘었다. 이날 오후에도 동과오사카의 사무실에는 수십명의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에나가 집행역원은 “과거에는 새벽에 출근해 오후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후시간에 거래처 주문이 들어오는지 등을 살펴보는 등 다음날 물량을 조율하곤 한다”고 말했다.
상대매매는 도매시장에 농산물이 도착하기 전에 수의계약으로 가격과 물량을 결정하면서 유통단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그날 그날 가격이 결정되는 경매거래와 달리 상대매매는 산지에서 요청 가격이 기준 가격이 된다. 다만 도매시장법인 측이 산지와 협의를 거쳐 가격조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산지 요청 가격이 곧 최종 가격은 아니다. 가격은 대체적으로 1주일 전에 결정되는데, 1개월이나 1분기 전에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매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비단 오사카 동부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최대 청과시장인 도쿄 오다시장에서도 상대매매 물량의 비중은 70~80%에 달한다. 경매거래 비중은 당일 수급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5%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경매거래는 농민이 심혈을 기울여 재배해 공개적인 가격판정을 받고자 하는 경우나 소규모 출하품목만 이뤄진다.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매시장법인은 수수료나 물류비용 등 농산물 유통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미리 산지 농가에 공개한다. 이러다보니 가격을 둘러싼 잡음도 거의 없다.
과거 이들 도매시장법인들도 한국의 도매시장법인처럼 농산물을 주로 경매로 판매했다. 하지만 이들이 경매거래 대신 상대매매로 돌아선 것은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슈퍼마켓 체인이나 급식업체 등이 대형화되면서 도매시장을 통하는 대신 산지 직거래에 나섰고, 자연히 도매시장에서의 거래량은 축소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일본의 도매시장법인들은 슈퍼마켓 체인·급식업체들의 수요를 맞추고자 스스로 변화를 꾀했다.
마에나가 집행역원은 “슈퍼마켓 체인·급식업체들은 안정적인 가격으로 거래하기를 원하는데, 경매를 지속한다면 가격이 급변동해 이들에게는 리스크가 된다”며 “게다가 경매를 거치면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면서 납품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슈퍼마켓 체인·급식업체들은 경매시간 전에 미리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도매시장법인이 한국과 달리 산지와 사실상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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