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을 ‘10년 동란’으로 지칭하며 문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공식 평가를 현 지도부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월 시 주석이 성부급(장차관급)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업화를 결산하는 대목에서 “지도사상이 좌경화 오류에 빠지면서 문혁과 같은 10년 동란이 발생했다”며 “당시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공업화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문혁 기간에 중국은 세계와 격리돼 있었다”며 “개혁.개방 이후에나 세계와 소통하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혁 관련 발언은 관영 신화통신이 당일 보도한 시 주석 강연 내용에는 빠져있던 대목이다.
1976년 9월 마오쩌둥 사망 후 장칭(江靑) 등 4인방 세력의 축출로 종결된 문혁은 1981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당과 국가, 인민에게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안겨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라는 공식 평가를 받았다.
문혁에 대한 시 주석의 부정적 입장을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뒤늦게 공개한 것은 오는 16일 문혁 발동 50주년을 앞두고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문혁 재평가론에 쐐기를 박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과거 중국 공산당이 문혁에 대해 내렸던 평가를 시진핑 현 지도부도 계승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시 주석의 개인숭배 논란이 불거지며 과거 문혁 시대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지난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가요제에서 마오쩌둥의 개인숭배를 고취하는 가곡이 울려 퍼지고, 문혁 구호와 표어들이 걸리자 ‘문혁 재현론’이 대두됐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시 주석 발언은 문혁을 둘러싼 좌우 논쟁을 불식시키고 문혁을 철저히 부정하는 최고지도부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