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 육박한 동남아 "이상기온·가뭄 역대 가장 심각한 수준"
↑ 동남아 무더위/사진=연합뉴스 |
동남아시아 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봄철 무더위로 갈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4월부터 섭씨 45도에 육박하는 열기에 극심한 가뭄으로 농사는 물론 학교 수업에도 악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기상전문 매체 '웨더채널' 등이 보도했습니다.
태국 북서부 도시 매홍손에서는 지난달 28일 낮 최고 기온이 44.6도를 기록해 태국의 역대 4월 기온으로는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전까지 태국에서 가장 높았던 4월 기온은 1960년 4월27일 북부의 또 다른 도시 우따라딧에서 관측된 44.5도였는데 56년 만에 2위로 밀려난 것입니다.
태국 기상청은 지난달 19일 최소 50개 도시와 마을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1950년 국가 차원의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무더위가 가장 길게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동남아시아 국가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캄보디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극심한 물 부족까지 겹쳐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학교에 물 공급이 끊어지다시피 하고 근처 우물도 말라붙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풍기는 전기 부족으로 설치할 엄두도 못 낸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유니세프 캄보디아위원회 관계자는 "화장실에서 쓸 물이 없어 아이들이 수풀에 볼일을 보고 여학생의 경우 집에 돌아가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는 수업을 중단하는 등 임시 조처를 했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이 사용할 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지난달 250여 개 학교가 무더위로 임시 휴교했습니다.
가뭄으로 강과 저수지 수위가 크게 내려가면서 쌀과 채소 등 농작물 생산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메콩 강 하류 수위가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바닷물 역류에 따른 토양염류화로 막대한 농작물 피해가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 중 하나인 태국 역시 무더위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수량 부족으로 벼농사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입니다.
말레이시아도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논밭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농작물 43%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채솟값이 40%가량 급등했습니다.
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코끼리 두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고,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는 큰 산불이 번져 멸종위기에 놓인 오랑우탄 아홉 마리가 죽었습니다.
기상 전문가
코스타리카의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최근 동남아시아에 닥친 가뭄은 1998년과 1983년에 각각 찾아온 엘니뇨와 비교할만합니다. 태국의 경우 1983년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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