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패권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베트남이 손을 잡았다. 베트남전에서 총구를 겨눴던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 95년 국교정상화를 이뤘지만 베트남 전쟁이란 역사적 상흔이 컸던탓에 군사 분야에서만은 그동안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의 계속된 남중국해 팽창주의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의 과감한 정책결단으로 양국은 마지막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 금지 조치 해제는 남중국해를 향한 공세적 전략의 첫 단추라는 분석이다. 살상무기 수출 허용 조치는 베트남이 그동안 미국에게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은 베트남 인권 상황을 이유로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베트남의 오랜 숙원이 남중국해를 향한 중국의 팽창야욕이 해결해준 셈이 됐다. 이는 그만큼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에 브레이크를 거는게 미국에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무기금수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무기금수 해제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누가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이 명약관화했지만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조심스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신화통신은 오마바 대통령의 무기금수조치 해제에 대해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에 대해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무기금수해제조치가 나온 것은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야욕을 미국이 더이상 좌시하기 힘들다는 판단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미 국방부가 이달 내놓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서 메립한 인공섬 면적이 여의도의 4배에 이른다. 지난 17일에는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상 국제공역에서 미국 해군 EP-3 정찰기에 초근접 비행을 해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이 2011년 중동 우위 외교정책을 아시아로 전환한 피봇투아시아(Pivot to Aisa) 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들이다. 외교적으로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남중국해 전략적 가치는 절대적이다. 남중국해가 막히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외교전략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상업 물동량의 절반이 남중국해를 경유한다는 점에서 안보적인 가치가 막대하다. 베트남이 미국과 전격 손을 잡은 것도 남중국해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때문이다. 베트남 경제에서 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해상활동에 관여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과감한 선물 보따리에 베트남도 적극 화답, 남중국해를 향한 공동 전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관련해 베트남 중부 지역 중심지 겸 전략항구도시인 다낭에 군수 물자를 사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의 금수 해제 조치도 양국관계에서 진일보 한 것이지만 다낭에 미군 군수물자 배치를 허용할 경우, 양국 관계에서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낭은 지난 1965년 3월 8일 미국이 3500여명의 지상 전투부대를 상륙시켜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곳으로 이후 양국은 10년에 걸친 처절한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이번 논의의 결과가 좋으면 미국은 41년만에 베트남전을 치르기 위해 처음 상륙한 곳에 다시 군수물자와 장비 배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군수 물자 배치는 종국에는 미군 주둔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베트남과의 관계 모색을 통해 미국이 얻은 또 한가지가 있다. 미국은 올 3월 24년만에 필리핀에 미군을 다시 주둔시켰는데, 베트남 다낭에 군수물자 배치가 확정되면 사실상 남중국해에서 반중 군사 방어선을 구축하는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필리핀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는 중국이 군사장비를 대거 설치한 파라셀군도와 인접한 팔라완 섬에 위치해 있다. 미국과 베트남의 이같은 행보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맞춰 남중국해를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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