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첫날부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개막식 축사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향해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은 상호존중과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다) 등 건설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밝히며 격돌을 예고했다. 시 주석은 “한 가정에서도 갈등은 있다. 중국과 미국 양국은 역사 사회제도 민중의 생각 등 각 분야에서 서로 다르고 세계는 다양하기 때문에 갈등은 불가피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중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대북제재 수위와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통상 분야와 관련해 전략·경제 대화에서 미국이 가할 압력과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고 중국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에 이어 개막사를 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중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역대 가장 엄격한 대북제재안을 통과시켰다”면서 “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당연히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지속적으로 취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압박은 최근 북·중 간에 이뤄진 고위급 대화가 대북제재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케리 장관은 특히 “미국은 앞으로 이란 핵 문제를 모범으로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대북제재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케리 장관은 “그 어떤 나라도 해양갈등 문제에 있어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며 “국제 준칙을 준수하고 대화 등의 평화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핵문제와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며 “이같은 노력이 아·태 지역은 물론 세계의 안정과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반박했다.
통상문제에 있어서도 미·중 양국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미국 측은 철강 과잉생산과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환율조작 등을 지적했고, 중국은 독자적인 공급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맞섰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개막식에서 “과잉생산이 세계시장을 왜곡하고 해를 끼치고 있다”며 “중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서 지속적인 생산감축이 필요하다”고 공세를 가했다.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최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루 장관은 또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 듯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저가공세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 장관은 중국이 새로 통과시킨 외국 비정부기구(NGO) 관리법에 대해서도 “NGO에 대해 비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체적인 성장전략과 세계경제 기여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미국의 간섭에 반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아시아의 경제 안정과 지역 내 평화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중국은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인 ‘13차 5개년 규획’을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세계에 더욱 큰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자투자협정(BIT)을 조속히 마무리 해 양국 간 경제 교역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국면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순조로운 대화가 예상된다. 대테러문제와 사이버안보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책 등이다.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미·중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합의한 이래 기후변화대책과 대테러협력에 뜻을 같이해 왔으며 지난 해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때에도 이같은 내용에 공감한 바 있다.
마샤오쥔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에 “안보 현안에 있어서는 미·중 양국의 의견대립이 예상되지만 중국 경제 연착륙, 금리 인상 등 경제
이날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는 중국 측에서 왕양 부총리와 류옌둥 부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이, 미국 측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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