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 투자자인 세계 주요 국부펀드들이 전례 없는 부동산 사재기에 나섰다. 유가하락으로 에너지 부문 자산손실이 커지고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수익성 재고를 위해 세계 각지의 빌딩과 고급주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8조 달러(약 9300조원) 규모의 77개 국부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사한 결과 부동산에 대한 전체 투자금 할당 비중이 29%까지 늘어났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에는 기껏해야 15~20% 수준의 투자금만 부동산 부분에 할당했었다. 국부펀드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부동산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 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목표 비중을 종전보다 160억(18조7000억원) 달러 늘린 415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017년까지 부동산 투자 관련 인력을 104명에서 200명으로 약 2배 가까이 늘린다는 공격적 방침을 발표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해 영국 런던의 최고급 주택들이 위치한 런던 메이페어지역 부동산 자산을 대거 사들인 바 있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2011년 이후 최악을 실적을 기록한 이후 철저한 수익성 회복을 위한 행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르웨이 뿐만이 아니다.
세계 9위 규모의 카타르 국부펀드는 지난 해부터 글로벌 주요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싱가포르 중심 상업지구인 마리나베이의 랜드마크인 아시아스퀘어 타워1을 매입했다. 카타르 국부펀드가 이 빌딩에 투자한 돈은 24억5000만달러 규모로 아시아지역 빌딩에 카타르 펀드가 투자한 액수로는 최대다. 존 손더스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부동산부문 수석은 “최근 싱가포르 지역 빌딩이 포화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있음에도 카타르 펀드가 공격적인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감행했다”고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부펀드들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으로 초저금리를 지목하고 있다. 국부펀드연구소(SWFI) 마이클 마두엘 대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채권시장의 저금리가 국부펀드의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주요 투자처들이 극심한 변동성을 겪자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를 위해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국부펀드들은 전체 자산의 60% 가량을 에너지 자산에 의존하다 수년 전부터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국제유가 급락세로 상당수 국부펀드가 자산 가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대부분의 국부펀드가 목표 수익률에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