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11 쌍둥이 빌딩 테러이후 최악의 테러로 기록될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 오마르 마틴(29)이 동성애자를 극도로 혐오하는 ‘이슬람 국가’(IS) 동조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용의자 마틴이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911에 전화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마틴은 IS 동조자로 의심돼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감시를 받아온 인물이다.
IS와 연계된 매체인 아마크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공격은 IS 전사가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론 호퍼 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조사팀장은 “용의자가 지하드(이슬람 성전) 사상에 경도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모든 각도에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올랜도 경찰청장인 존 미나는 기자회견을 통해 “잘 조직되고 준비된 범행으로 보인다”며 “용의자는 공격형 무기와 소총을 들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오마르 마틴을 ‘결혼 후 무슬림 특유의 가부장적 태도를 표출하면서 아내를 상습 폭행했고 동성애자에 대해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혐오를 표출한 인물’로 묘사했다. 이번 총기참사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 용의자가 동성애자를 상대로 미국내에서 저지른 대규모 테러라는 점에서 IS추종자들이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86년 뉴욕에서 출생한 마틴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민 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주 포트 세인트 루시에서 거주했다. 그는 2009년 결혼했고 이번 사건 이전에는 특별한 범죄기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은 올랜드 게이클럽 ‘펄스’에서 인질들을 붙잡고 총기를 난사, 최소 50명이 숨지고 53명 이상이 다치게 햇다. 마틴의 부친 세디크 마틴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들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틴의 부친은 NBC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사건은 종교와 무관하며 아들이 몇달 전 마이애미 도심에서 남자 2명이 키스하는 것을 보고 매우 격분했다”고 주장했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면서도 동성애자를 포용하자고 설파해온 주류 이슬람교와 달리 IS는 이슬람 경전 ‘꾸란’의 구절을 멋대로 왜곡해 성소수자를 살해하기 위한 구실로 삼고 있다. 이슬람 근본에 충실하다는 명목으로 잔혹 행위를 서슴지 않는 IS는 2014년 국가 선포 이후 범죄에 대한 형벌을 정한 ‘꾸란에 따른 형벌 해설’을 내놓으면서 동성애를 사형에 처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실제로 다수를 동성애자로 지목해 살해했고 지난해 이라크 모술 점령 1주년을 자축하는 홍보영상에 동성애자를 높은 건물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을 집어넣는 등 동성애 혐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리아나 방글라데시 등에선 동성애자를 타깃으로 처형을 감행한 뒤 동영상까지 올린 일이 벌어졌는데 미국에서의 대규모 성소수자 테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미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샌타모니카에서도 12일(현지시간) 성소수자들을 겨냥해 총격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샌타모니카 경찰국은 이날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에서 성소수자들을 위한 ‘LA 프라이드 퍼레이드’ 행사를 앞둔 가운데 이들을 겨냥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인 용의자 1명을 조사 중이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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