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전야, 브렉시트 ◆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는 여성의원이 탈퇴파 괴한에게 대낮에 런던 시내에서 총격과 칼질을 당한채 사망한 뒤 브렉시트(영국 EU탈퇴) 논의가 올스톱됐다.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갈등이 최고조로 높아지면서 여성 정치인이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찬반진영으로 갈라져 사생결단식 대결구도를 형성했던 영국 정치권이 여론전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연기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노동당 조 콕스(41) 의원 피격사망 소식에 “국민투표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게 맞다”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의 가족, 주민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캐머런 총리는 다음날 지브롤터 지역을 찾아 브렉시트 반대연설을 가질 계획이었다. 탈퇴파 대표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도 이날 시작한 버스 투어를 중단했고, 전날 템즈 강에서 수상 시위를 벌였던 탈퇴파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도 다음 날 예정됐던 연설을 취소했다. 콕스 의원 피살 사건 후폭풍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데다 “정치권이 만든 국론분열이 일으킨 비극”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EU 국가들 역시 극한 분열로 치닫는 영국의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 여·야 정치권은 콕스의원 장례식이 예정된 18일까지는 캠페인을 재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BBC 방송도 이날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룰 예정이었던 정치 해설 프로그램 ‘퀘스천 타임’과 ‘디스 위크’ 방송을 급히 취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고서 발표를 하루 미뤘다. 최고조에 달했던 브렉시트 논쟁 열기가 콕스 의원 피습 사건으로 얼어붙으면서 시장에서는 국민투표가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자 파운화가 급등하고 미국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브렉시트 논란이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브렉시트를 가정한 공식 대책수립에 착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필요할 경우, 금융시장에 달러를 긴급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기관에 주1회 달러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은 달러부족사태가 발생하면 매일 달러를 공급하는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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