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연가들과 대형 담배회사가 ‘순한 담배’를 놓고 벌인 17년에 걸친 긴 법정공방이 담배회사가 최종 승리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일리노이 주 담배 소비자들이 ‘말보로(Marlboro)’ 제조사인 ‘필립 모리스 USA’를 상대로 얻은 ‘101억달러(약 12조원) 피해보상’ 원심판결을 회복시켜달라며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시카고 트리뷴과 ABC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연방대법원 재판부는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 “원고의 재심 요청을 심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일리노이 주 대법원 판결을 확정지었다.
소비자들은 지난 2000년 필립 모리스가 ‘말버러 라이트’(Marlboro Lights), ‘케임브리지 라이트’(Cambridge Lights) 등 ‘순하다’는 의미의 ‘라이트’와 타르 저함량을 뜻하는 ‘로-타르’(Low-Tar) 등의 표현을 제품 이름에 쓴 것을 문제삼아 일리노이 주 법원에 담뱃값 일부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을 순화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다.
2003년 1심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필립 모리스에 101억달러(약 12조원)의 배상을 명령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1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리노이 주 대법원은 2005년 연방 당국이 ‘라이트’와 ‘로-타르’ 등의 표현을 허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
하지만 소비자들은 2008년 담배의 니코틴·타르 함량 표기에 대한 연방거래위원회(FTC) 지침이 ‘과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전면 폐기되자 다시 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2014년 항소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일리노이 주 대법원은 2015년 다시 하급심 판결을 번복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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