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탈퇴…'터키 EU가입' 우려에 갈린 표심
↑ 영국 EU 탈퇴/사진=MBN |
이번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여론전과 결과를 특별히 주목한 나라는 다름 아닌 터키입니다.
브렉시트 캠페인에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문제는 탈퇴 쪽의 핵심 선전 소재였습니다.
터키가 EU에 가입하게 되면 1천200만명에 이르는 터키인들이 영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예측이 제기됐습니다.
터키인 2천여 명을 대상으로 'EU에 가입하면 당신이나 가족 중 영국으로 이민할 의향이 있느냐'는 단순한 설문조사를 한 후 그 결과를 전체 터키인구에 적용해 산출한 부정확한 추정치였지만 영국 유권자들에게는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터키 무슬림들이 몰려와서 영국 서민의 일자리를 뺐고, 복지 '단물'을 빨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영국인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선전은 영국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됐다. 국민건강보험(NHS)의 재정위기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여론이 거의 반분된 가운데 터키의 EU 가입을 둘러싼 논란은 브렉시트 투표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터키 언론은 EU 가입 협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데일리는 24일 "영국의 탈퇴 절차와 관련해 터키의 EU 가입 협상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우선 탈퇴 절차를 진행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EU가 확장보다는 '집안 단속'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이것이 터키의 가입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번 브렉시트 투표 과정에서 EU 회원국들은 이민문제, 특히 무슬림 이민문제가 반EU 정서에 기름을 붓는다는 것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휴리예트는 이런 점을 지적하며 "EU가 단결하고 현재의 모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은 또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고 해도 앞서 터키와 EU가 합의한 난민송환협정은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측의 난민송환협정은 터키가 난민 유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조건으로 EU가 터키에 비자를 면제하고 경제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EU가 내부 결속을 위해 터키를 계속 배제한다면 스스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여론도 비등했습니다.
데일리사바는 "EU와 관계에 매달렸던 1980년대의 터키와 지금의 터키는 다르다"면서 "터키의 EU 가입 문제는 EU 존속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터키 이민자' 논란을 지켜본 터키에서 'EU 가입 회의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EU 가입 협상을 계속할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EU에 대한 압박인 동시에, 터키 내 여론동향을 의식한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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